[단독] “V께서 전화 중”…윤희근, 구조현장 지각하며 대통령 동향 파악
[앵커]
안녕하십니까.
꼭 사흘 뒤면 이태원 참사 1주기입니다.
KBS는 그 날 밤, '책임자'들이 어디서, 뭘 했는지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한 명, 윤희근 경찰청장이 서울에서 대규모 행사가 열린다는 걸 알면서도 경찰 간부들과 등산여행을 떠났고, 술 마시고 잠들어 뒤늦게 참사를 알게 된 뒤에도 시민들 구조보다 책임 회피에 신경쓰던 행적을 단독으로 전해드렸습니다.
오늘(26일)은 추가로 확인한 내용입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사투가 벌어졌던 새벽 시간에 윤 청장은 서울로 향하면서 현장 상황 말고도 다른 내용의 문자를 열 차례 주고 받습니다.
대통령실 파견 경찰에게 V, 그러니까 대통령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했습니다.
단독 보도, 김영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소식을 처음 들은 건 새벽 0시 14분.
이후 가장 먼저 통화한 건 김광호 서울청장, 이어 수행 경찰관에게 전화했습니다.
다음으로 통화한 사람은 박 모 치안감,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파견 경찰이었습니다.
박 치안감과는 새벽 0시 34분 통화한 후 새벽 1시 무렵까지 모두 9차례 연락을 시도해 3번 통화하고 5번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새벽 0시 51분, 박 치안감이 보낸 문자는 "대통령(V)께서 관계자들에게 전화 중"이란 거였습니다.
이어 1분 뒤에는 "도로 혼잡 말씀 중"이란 문자를 보냅니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상황점검회의가 진행 중인 시각.
윤 대통령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준 겁니다.
윤 청장은 "알겠다", "서울청장 현장 도착 지휘 중"이라고 답한 뒤 홍보담당관에게 보냈던 문자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수사본부를 구성해 지자체, 주최 측을 상대로 안전 조치 책임 등을 확인 예정이란 거였습니다.
윤 청장이 기상 후 새벽 1시 무렵까지 50분 동안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취한 건 모두 21차례.
이 가운데 10번이 대통령실 박 치안감으로 가장 많은 연락을 주고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술에 취해 잠들었다 뒤늦게 현장으로 향하던 윤 청장의 관심이 어디에 집중됐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지난해 11월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 "우리 경찰이 그런 엉터리 경찰 아닙니다. 정보 역량도 뛰어나고.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거예요."]
윤 청장은 희생자가 쏟아지던 새벽 3시 이후엔 경찰 간부 2명에게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와 어디선가 책임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신속히 우리청 조치사항이 대통령(V) 등에게 실시간 보고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천준호/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오늘/국회 행정안전위원/더불어민주당 : "우리 청 조치사항이 V 등에게 실시간 보고돼야 한다, 메시지를 보낸 건 기억나십니까?"]
[윤희근/경찰청장 : "이것도 이제 보도를 보고 그럴수 있다고 이건 제가 말씀 드립니다."]
이에 대해 경찰청과 박 치안감은 당시 긴급상황회의는 보안을 필요로 하는 회의가 아니었고, 윤 대통령의 통화 사실이나 발언 내용을 전달한 것을 동향 보고로 볼 건 아니다, 당연히 전파해야 할 사항이었다고 밝혀왔습니다.
한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 책임과 관련해 검찰 수사팀이 기소 의견을 낸 김광호 서울청장을 오늘 유임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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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hu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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