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가짜뉴스 심의' 공방…"방치하면 국기문란" vs "국민이 판단"
여야가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국감)에서 '가짜뉴스 심의'·'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 등을 놓고 치열하게 맞섰다.
이날 오후 방통위 등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서 화두는 역시 '가짜뉴스' 규제였다. 여당은 가짜뉴스 유포를 막아야 한다며 방통위와 방심위를 향해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 중재와 방심위의 신속 구제는 전혀 다르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서 하는 일은 개인의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고 방심위는 사회 혼란을 야기하거나 유해한 불법 정보를 차단·삭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뉴스에 대해서도 심의할 수 있는 근거가 방심위 설치법에 있다"며 "(가짜뉴스) 사각지대를 없애서 피해자를 줄이고 건강한 언론 생태계, 뉴스 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가자지구 병원을 이스라엘이 폭파했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하마스의 오폭이었다"며 "허위 조작 뉴스가 어떻게 국가의 안위에 영향을 미치는지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허위 조작 뉴스로 국기문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방통위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연예인 마약 기사로 정부 이슈를 덮으려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에 대해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런 '아니면 말고' 식 가짜뉴스 음모론을 우리가 그대로 방치하면 정당이나 정권 차원에서 국가 공동체와 개인이 온전하게 영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사회·반민주적인 것을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덮는 것은 우리 사회의 위협"이라며 "사전 예방, 사후 처벌 모두 명확한 법적 근거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방심위가 가짜뉴스를 판단하고 심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0월18일 참모진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며 "공정하다는 것을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이냐. 정부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가 MBC라고 나왔다"며 그러면 현재 MBC와 2위를 한 KBS가 현재 방송 중 그나마 가장 신뢰하고 공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EU(유럽연합)의 경우 대중을 기만하고 공익을 위협하는 등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의 폭이 넓다고 한다"며 "우리도 다양한 현실 문제에 맞게 심의 규정을 포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 적법성 논란을 두고 "법적 근거가 분명히 있다"며 가짜뉴스를 심의하는 법적 근거가 방송법, 방통위 설치법과 시행령에 심의 규정으로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종합감사에서는 YTN의 최대 주주 변경 승인 심사 시 낙찰자로 선정된 유진그룹의 적격성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최근 YTN 매각 과정에 대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인수낙찰자로 선정된 유진그룹의 자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방통위가 심사 시 가장 엄격하게 검증해야 할 부분은 유진그룹이 방송에 공적 책임의 공정성 및 공익성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YTN 최대 주주 변경 승인 심사 시 방송법에서 정한 심사 기준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라"고 주문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연예인 마약과 관련한 질의도 등장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배우 유아인 씨에 이어 이선균 씨가 마약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어 사회적 파장이 크다"며 "국민이 분노하는 점은 이런 마약 사범들이 잠깐 자숙했다가 다시 억대의 출연료를 받고 방송에 복귀하는 점이다. 마약사범의 방송 출연에 관한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현재 KBS나 MBC 등 자체 내부 규정이 있지만 이를 좀 더 일반화할 수 있는지 검토해 시행하겠다"고 답했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올해부터 6년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 예산으로 3조1436억9100만원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밝힌 예산 추산액 자료에 따르면 해양환경 감시 등의 예산으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해양수산부 3조1128억1300만원 △원자력안전위원회 212억7800만원 △식품의약품안전처 96억원이 책정됐다. 다만 추산액에는 오염수 방류 대응 전부터 쓰였던 해수욕장 활성화지원(방사능조사), 해양심층수 수질검사 등의 예산도 포함됐다.
정 의원은 "정부가 최근 R&D(연구·개발) 예산까지 축소하고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오염수 대응에)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하겠냐"며 "세금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고 언제 (방류가)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돈이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에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국민 안전을 위해 해양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며 "더구나 내년에 예산을 담으려는 것은 중국이 원전을 굉장히 활발하게 운영하고 건설 중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한 감시도 필요해서 서해 쪽 감시망을 확충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도 중국 원전 및 북한 핵시설에 대비해 서해 감시가 중요하다며 원안위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한국·미국·일본·중국의) 삼중수소 배출기준을 보면 중국만 배출 농도관리 기준이 없다"며 "중국처럼 총량만 맞추면 개별 원전에 대한 정확한 배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북한 핵시설 또한 안전 관리체계가 매우 허술해 방사능이 서해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올 가능성이 있다"며 "후쿠시마 방류수 감시하듯이 서해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정부 대응에 대한 공세도 이어갔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최근 '다핵종 제거 설비'(ALPS) 배관을 청소하던 도쿄전력 직원 5명이 액체를 뒤집어써 피폭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가 됐다"며 "후쿠시마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 통보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질병관리청이 작년(2022년) 5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해당 보고서가 비공개됐다"며 "저선량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최소 20년 이상 장기간 추적조사를 통해 빅데이터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병청에서 이것이 사회적 이슈가 된다는 이유로 비공개 처리했다. 당연히 TF(태스크포스)에 보고될 사항 아니냐"며 "자꾸 어떤 사실들을 소극적으로 숨기는 쪽으로 가니 당연히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대한 부정 채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김 이사장이 직무 수행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원자력안전재단에 대한 지난 12일 국정감사 이후 의원실에 '임원추천위원회는 형식적 절차였을 뿐 어차피 이사장은 김제남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제보가 사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사장 후보자 모집 기간이 2021년 11월5일에서 15일까지였다"며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16일 오전 7시에 서류심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했다.
또 김 의원은 "김 이사장은 '핵의 본질은 생명 파괴다' '핵 발전소는 어리석은 우상이다'라고 주장한 원전 거부자이자 탈원전 운동가"라며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면 나라가 온전하겠냐. 원자력 안전은 기본적으로 원자력의 존재를 인정하는 게 전제조건이고 그 후에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도 "전임 이사장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출신이고 김 이사장은 녹색연합 사무처장 출신"이라며 "이는 군대도 가지 않은 사람을 전방부대 지휘관으로 보낸 격이라서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변휘 기자 hynews@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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