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취수 수돗물서 ‘발암물질’ 초과
대구·고령 일대 ‘소독 부산물’ 측정
총트리할로메탄 기준 최대 1.7배 ↑
‘4대강 직후 오염’ 환경단체 주장 속
기후변화로 식수 안전 위협 현실화
대구광역시와 경북 고령군에 공급하는 수돗물 일부에서 기준치를 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낙동강 오염으로 먹는 물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맹승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엘타워에서 열린 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포럼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기후변화와 취수원에 따른 안전한 수돗물 공급방안: 소독 부산물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맹 교수는 대구와 고령군 수돗물의 총트리할로메탄(THMs) 농도를 측정한 결과 기준치를 최대 1.7배까지 넘어섰다고 밝혔다. 맹 교수가 이끈 연구진은 지난 8~9월 해당 지역의 상가, 마을회관, 학교, 공원 등에서 수돗물을 채취했다. 맹 교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것을 우려해 구체적 측정 지점은 밝히지 않았다.
총트리할로메탄은 클로로포름, 브로모디클로로메탄, 디브로모클로로메탄, 브로모포름 등을 합해서 부르는 용어로 수돗물을 소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독 부산물’이자 발암물질이다. 정수장 물을 수도관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수돗물 안전을 위해서는 염소 소독이 필수이기 때문에 수돗물에 상존할 수밖에 없는 물질이기도 하다. 염소가 물속 유기물질, 즉 오염물질과 만나면 총트리할로메탄 같은 부산물이 발생한다.
맹 교수에 따르면 대구시의 경우 낙동강에서 취수하는 정수장 두 곳에서 수돗물을 공급받은 8개 지점 중 4개 지점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0.105~0.129㎎/ℓ로 기준치(0.1㎎/ℓ)를 넘어섰다. 기준치를 넘지 않은 4개 지점의 농도도 0.076~0.087㎎/ℓ를 기록했다. 인근 가창댐, 운문댐 등에서 취수한 정수장 두 곳에서 물을 공급받은 B정수장의 지점들은 농도가 기준치의 절반 정도인 0.045~0.056㎎/ℓ였다.
고령군에서는 낙동강에서 취수하는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은 8개 지점 모두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0.106~0.17㎎/ℓ가 기록됐다.
단시간에 ‘부산물’ 농도 감축 어려워
취수원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
낙동강 취수 수돗물 오염환경부 “취수원 변경 검토”
연구진은 대구와 고령군은 같은 지역 내에서도 수돗물 취수원이 낙동강과 인근의 댐, 하천으로 나뉘기 때문에 취수 지점의 수질에 따른 수돗물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치를 넘어선 지역은 모두 낙동강에서 취수한 물을 정수해 공급받는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 직후부터 오염된 낙동강 물을 식수 수준으로 정수 처리하려다 보니 지나치게 많은 소독물질을 투입하면서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소독 부산물이 수돗물에 포함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맹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시민들의 식수 안전을 위해 취수원을 옮기거나 강변여과 취수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돗물에서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낮추는 방법은 강물을 깨끗하게 해서 염소 소독을 줄이는 것이지만 이는 단시간에 할 수 없다. 가장 쉽게 고를 수 있는 대안은 취수원을 바꾸는 것이다.
환경부도 취수원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6월 대구·경북 지역에 새로운 취수원을 연결하는 내용의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정부 사업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내년까지 이 사업의 기본 및 실시 설계,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2028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날 포럼의 좌장으로 나선 최승일 고려대 명예교수는 “(총트리할로메탄은) 정수장에서는 수질 기준을 맞춰도 (수도)관을 통해 가면서 염소와 반응해 농도가 초과할 수 있고, 기온이 높아질수록 반응 속도가 빨라져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현재는 수도꼭지 검사를 분기마다 한 번 하는데 기온이 높은 시기에 조사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도 고민해달라”고 환경부에 주문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윤여솔 환경부 사무관은 “최 교수가 이야기한 내용은 환경부에 가서 검토해 보겠고, 맹 교수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확인을 하겠다”며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이런 문제가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맹 교수가 얘기한 원수 관리 차원에서의 접근법도 환경부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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