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밤낮없이 술판에 싸움판…부산 도심 속 '무법지대'

이희령 기자 2023. 10. 2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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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 서면역 앞에는 '서면 문화로'란 이름의 거리가 있는데 부산 시민들이 일부러 피해 다니는 곳이라고 합니다. 밤낮 안 가리고 술판과 노름판이 벌어지고 싸움도 예삿일이기 때문입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곳은 부산 서면역 9번 출구 앞입니다.

음식점과 은행 같은 곳이 있는 평범한 거리인데요.

'서면 문화로'라고 이름 붙은 이곳에서 매일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출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화투를 치고 있습니다.

돈과 술병도 보입니다.

편의점 앞에선 대낮부터 술판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경찰이 출동합니다.

[경찰 : {뭐야, 난 때리지도 않았는데.} 사건 처리할 거예요, 두 분 다.]

[손동수/인근 상인 : 경찰이 와도 전혀 무서워하지를 않아요. (경찰한테) 삿대질은 기본이고, 뭐 멱살도 잡고.]

다른 한 쪽에 비둘기 떼가 몰려듭니다.

아무렇게나 버린 도시락과 쓰레기 때문입니다.

[권혁/부산진구청 청소노동자 : 여기가 가장 심각해요. 대변도 한 번씩 치우고 그래요. 휴지하고 위생 장갑하고, 손으로 이렇게 해서 치워야 해요.]

이곳엔 10여 년 전부터 노숙인들이 하나둘 모였습니다.

그때부터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도 여전합니다.

[정광자/부산 개금동 : 아예 개선이 안 되고 있으니까. 뭐 때문에 그러는지 주민으로서 진짜 이해가 안 돼요.]

지금은 노숙인보단 멀쩡히 집도 있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원진성/부산희망등대 종합지원센터 운영지원팀장 : {선생님은 주소지가 어디신데.} 청구 1차 바로 앞에. 나는 노숙 안 해. 내가 (술) 먹고 싶어서 여기 왔어.]

[원진성/부산희망등대 종합지원센터 운영지원팀장 : {계속 민원이 들어오니까.} 아, XX! 얼른 가라고!]

낮에 벌어진 술판의 흔적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 깔고 앉았던 상자, 먹다 버린 술병과 담배꽁초가 바닥에 굴러다닙니다.

아무 데서나 볼일을 봅니다.

낮에도 거리에 있던 한 명은 밤이 되자 아예 길에 드러눕습니다.

사람들도 익숙한 듯 지나갑니다.

[주취자 : {선생님, 왜 바닥에 계세요.} 어쩌라고. {댁에 안 들어가셔요?} 안 가, 안 가. 묻지 마.]

은행 앞에선 또 한 번 술판이 벌어졌습니다.

[주취자 :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화투) 한 번 치려고요? {댁은 있으세요?} 네, 노숙자 아닌데 왜요?]

[주취자 : {어쨌든 여기 영업장 앞이잖아요.} 문 닫았잖아요. 가요, 왜 그래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겐 괴로움, 두려움만 남았습니다.

[우혜영/인근 상인 : 지나가면 제 앞으로 술병을 던져서 피 본 적도 많고. 제가 여기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늘 무서워요. 구청이든 경찰서든 아무리 신고를 해도 답이 없어요.]

경찰과 지자체 합동 단속은 2년 전인 2021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부산진구청 도로관리과 : 최근엔 사실은 저희가 따로 한 건 없고. (주취 소란 등은) 단속 권한이 원래 없습니다.]

오전 9시, 오늘도 술판은 다시 시작됐습니다. 여긴 원래 이런 곳이다, 해결이 안 된다는 말로는 무엇도 바꿀 수 없습니다.

[작가 유승민/ 영상그래픽 장희정 / 취재지원 황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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