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기후 실종 국회를 넘어서
코로나19부터 오송 참사까지 기후 재난은 더 이상 한국을 피해가지 않음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일부 뉴스 채널과 신문은 기후위기를 단편적 인상기에서 벗어나서 상당히 심도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다소 인기 없는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언론인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한국의 핵심적 기관 중에 기후위기를 가장 외면하고 있는 곳들이 있으니 바로 대통령실과 국회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실의 기후 정책은 원전 진흥 말고는 없다. 심지어 원전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조차에도 관심이 없다. 그런데 국회, 특히 압도적 다수의 양당 역시 기후위기 앞에서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올해 국감에서 기후위기가 다루어진 사례를 열심히 찾아보니 몇개가 발견된다. 한국은행이 기후위기가 가져올 경제적 리스크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헌법재판소가 청소년 기후소송의 판결을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탄소중립의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대한 국감은 4대강 녹조 관리와 설악산 케이블카 등, 중요하지만 그러나 주로 보전에 치중된 질의만 오고 갔다. 환노위의 국감 중 기후위기와 관련한 것은 수해현장 방문이 고작이었다. 농해수위 국감에서 이상기후 대책이 주문되었고, 서울시가 실시하는 기후동행카드의 실효성 공방이 있었다.
기상청장은 10월16일 국감 인사말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나 멈추지 않는 ‘기후위기’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질주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상청에 대한 질의는 예보 능력 제고, 재난 문자 발송 기준 같은 대응력 제고 이야기에 머물렀다. 갈수록 깊어갈 기후위기의 원인은 해결할 생각은 없이, 계속 소가 사라질 터이니 기상청에 외양간 경보를 더 잘하라고 주문한 꼴이다. 한마디로 지엽적인 이야기들이고 국감 내내 한국의 탄소 감축 실적을 점검하거나 필요한 적응 범위를 논의하는 자리는 없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양당은 신공항 특별법과 강원도 특별 자치법을 통과시켰고, 맹방 석탄화력발전소 중단을 위한 탈석탄법 심의에 손을 놓고 있다.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데에 열심인 두 당에 기대할 것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기후 실종 국회의 책임을 의원 개인이나 두 당의 지도부에 물을 수 있을까? 코앞의 총선을 두고 유권자들의 단기적 욕구를 자극하는 개발 아이템을 어떻게든 찾아야 하는 게 한국의 상황 아닌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이 이들의 시야에 들어올 턱이 없지 않을까?
우리의 미래를 이 국회와 의원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우리는 비난과 체념 말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내년 4월에 더 미운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해 기후위기 실종 투표를 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총선 이후에라도 기후정치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국회와 별도로 기후 시민의회가 만들어졌고, 기후위기 앞에서는 정책과 예산 편성권을 의원들에게만 맡겨둘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더 많은 정치적 선택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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