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51.6만명 추산...전체 5% 우울증·학폭·취업실패 등으로 은둔택해 고립·은둔청년 18.5% 정신과 약물 복용 “일반인比 자살충동 4배높아 관리필요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 취약성 드러내”
# 16살 딸이 있는 김 씨는 1년째 방에서 나오지 않는 딸 때문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폭력을 겪은 딸은 밖에 나가는 걸 두려워 하더니 아예 마음의 문을 걸어 잠갔다. 딸은 배달로 식사를 해결하고 화장실 갈 때 외에는 방 밖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김 씨가 딸을 나무라기도 했지만 딸이 자해 시도를 한 이후에는 더 이상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지켜만 볼 뿐이다.
김 씨는 “딸이 종일 컴퓨터만 하는데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학폭이 문제 됐을 때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이 지금 상황으로 이어진 것 같아 내 탓인 것만 같다”고 말했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학교폭력, 취업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단절된 생활을 하는 고립·은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립·은둔하는 청년은 전체 청년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약 51만6000명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들의 늘어나는 자살과 강력범죄로 인해 올해 처음으로 고립·은둔청년의 규모, 고립·은둔 계기 등을 파악하기 위한 전국단위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는 지난 7월부터 전국 19~39세 청년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고립청년은 사회적 관계·지지가 단절된 청년, 이 중 집이나 방 등 한정된 장소에 머물러 있으면 은둔청년으로 정의했다. 그 결과, 전체 고립·은둔청년은 약 51만6000명, 은둔청년은 청년 인구의 2.4%인 약 24만7000명으로 추산됐다. 앞서 서울시는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만 13∼39세 청년이 전국에 최대 61만명이라는 조사를 내놨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청년 중 18.5%는 정신과 약물을 복용중이었다. 신체건강이 ‘나쁘다’는 응답은 43.2%(매우 나쁘다 10.7%)로 일반청년(14.2%)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우울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57.6%(심한 우울 18.3%)로 일반청년(27.5%)의 2배를 넘었다.
방문석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분과위원은 “사회적 고립자는 일반인보다 우울증세나 자살 충동이 약 4배에 달하는 등 정신건강 약화 문제로 연결돼 사회적 비용도 매우 큰 상황”이라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고립·은둔 청년 등 사회적 고립 문제가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조사한 2022년 사회관계망 지표순위에서 우리나라는 41개국 중 38위”라며 “고립·은둔자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배려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청년 복지 5대 과제’를 내놓으면서 고립·은둔청년을 여기에 포함했다.
먼저 온라인 커뮤니티, 방문, 전화·문자 상담 등 각종 온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고립·은둔청년을 파악하고 이들이 지원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도움 요청의 문턱을 최대한 낮춘다. 주변인을 통해서도 대상자 파악 지원 신청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한 청년미래센터를 통해 대상자 확인, 사례관리, 공동생활관리 등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전담 인력을 각 센터당 8명씩 배치할 계획이다. 서비스가 종결된 이후에도 정기 면담, 탈 고립·은둔청년 모임 등을 운영하여 일정 기간 지속해서 관리할 방침이다.
신동훈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논의가 굉장히 오래전부터 진행이 됐기 때문에 만 18세 이하 아동 청소년을 위한 고립과 대응을 위한 방안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면서 “청년 고립·은둔 문제는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대응 전략만 꾸리게 되면 지속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