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反美 표적된 ‘황금 아치’ 맥도널드

강경희 논설위원 2023. 10. 2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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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이슬람권에서 맥도널드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스라엘 맥도널드가 이스라엘군에게 햄버거를 무료 공급한다고 발표했다가 이슬람권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에 있는 맥도널드 매장에는 군중이 한밤중에 찾아가 유리창을 부쉈고, 다른 아랍권 국가의 맥도널드 매장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맥도널드를 미국의 상징으로 보고,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에 대한 분풀이도 하는 것이다.

▶가난한 아일랜드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맥도널드 형제는 미국에서 자동차가 확산될 무렵 드라이브 인 식당을 차렸다. 메뉴를 햄버거와 감자 칩, 음료수로 간소화하고, 조리 과정도 포드 자동차의 조립 공장처럼 분업화했다. 주문 후 30초 안에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패스트푸드였다. 문전성시를 이루자 50대의 방문판매업자 레이 크록이 동업을 제안했다. 그가 맥도널드 형제를 따돌리고 미국 전역에 프랜차이즈 점포를 확산시켜 오늘의 ‘햄버거 제국’을 일구었다.

▶1990년 1월 31일 모스크바의 푸시킨 광장에 문을 연 맥도널드 소련 1호점은 ‘맥도널드=미국’ 이미지를 굳히는 데 기여했다. 당시 개점을 앞두고 모스크바 시민들이 수백m나 줄을 선 모습이 외신을 탔다. 미국에서는 빅맥 하나를 사려면 노동자들이 평균 20분만 일하면 되지만 소련에서는 2시간 30분 일해야 할 만큼 소련 구매력에 비싼 음식이었는데도 인파가 엄청나게 몰렸다. 지난해 러시아 철수를 결정하면서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널드 최고경영자는 “푸시킨 광장에서 빛나는 황금 아치는 철의 장막 양쪽 많은 이들에게 새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며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을 정도다.

▶맥도널드 로고인 황금 아치에 빗대 경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맥도널드가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황금 아치 이론’을 주장했다. 맥도널드가 진출한 나라는 그만큼 개방됐고 중산층이 형성된 안정된 나라여서 전쟁 대신 평화와 경제 발전을 추구한다는 논리다. 현재 맥도널드가 진출하지 않은 나라는 아프가니스탄, 부탄, 이란, 이라크, 리비아, 북한 등 123국이다.

▶‘맥도널드 평화이론’은 국제적 긴장이 높아진 시기에는 별로 들어맞지 않아 보인다. 되레 반미(反美) 감정의 분풀이 대상이다. 맥도널드 매장이 공격받자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집트, 레바논 등의 맥도널드 운영사들이 “이스라엘 맥도널드는 우리와 별개”라고 성명까지 냈다. ‘맥도널드=미국’이 아니라 ‘맥도널드=그냥 햄버거’로 봐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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