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내 인생의 전부였던 딸”…이태원 참사, 그리고 1년
[KBS 대전]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입니다.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딸, 친구들의 인생 상담을 해 줄 정도로 속이 깊었던 아이, 의지가 강해 고등학교 졸업 후 직접 옷을 디자인하고 쇼핑몰도 운영했던 아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송진영 씨가 가슴에 묻은 딸, 고 송채림 양을 떠올리며 제게 했던 말입니다.
사흘 뒤면 이태원 참사 1주기입니다.
지난 시간 유가족의 삶은 어땠을까요?
제가 오늘 오전, 직접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송진영/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대표/고 송채림 아버지 : "가장 소중한 딸이었고 저한테는 인생의 전부였고요. (2022년) 10월 29일 이전과 이후로 인생이 나뉘어요. 모든 사람이 아마 그럴 것입니다. 자식을 바라보며 기쁨을 느끼고 자식을 보면서 아픔을 느끼고 인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2022년) 10월 29일 이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 저희 인생의 목표가 바뀐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
여전히 그때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참사 이후 유가족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말은 "놀러 갔다 죽은 게 아니냐" 이렇게 사고의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돌리는 말들이었습니다.
[송진영/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대표/고 송채림 아버지 : "우리 아이들은 안전할 권리가 있었습니다. 헌법에서 가장 기본으로 하는 것도 국민의 안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거기에 대한 희생이 이태원 참사로 벌어졌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그동안 이태원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경찰에서는 특수수사본부를 꾸리고 국회는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제대로 책임을 진 사람은 없습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포함해 구속 수사를 받던 관련자들은 줄줄이 보석으로 풀려났죠.
얼마 전 검찰은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 부서를 한 곳으로 통일하면서 수사 마무리 절차를 밟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이른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야의 팽팽한 대립 속, 국회에 계류 중이죠.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1주기 하루 전부터 추모제를 시작해 당일에는 이태원역 1번 출구부터 서울시청 분향소까지 추모 행진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송진영/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대표/고 송채림 아버지 :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완성되고 실행이 되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거기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 혜택은 지금 젊은이들이, 그리고 우리가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국민들이 10·29를 기억해 주고, 기억해 줘야 앞으로 더 이상의 이런 참사는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오늘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입니다.
어제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진행됐던 이태원 참사 대비 훈련입니다.
"저걸 훈련이라고 하냐, 유족들 농간하는 게 아니냐" "사고 처리가 제대로 된 것도 아닌데 사람 모아놓고 조롱하는 건가" 이런 비난이 이어졌는데요.
훈련이야 필요하지만, 그 훈련을 굳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참사 당시와 유사한 상황을 재현해 가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었냐는 겁니다.
우리는 수많은 참사를 겪어왔지만, 이후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참사는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후 1년, 이 시간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지, 이번에는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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