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기록의 기억] (94) 설악산 육담폭포 출렁다리
설악산 단풍이 절정이다.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지난 15년간 연간 평균 0.33일씩 단풍시기가 늦어지고 있지만, 결국 올해도 단풍은 왔다.
외설악의 들머리인 소공원을 들어와 설악산 반달가슴곰 조형물을 만나면, 조형물 왼쪽에 육담폭포, 비룡폭포, 토왕성폭포 전망대로 가는 길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쌍천 위에 놓인 긴 비룡교를 지나면 숲길이 이어진다. 숲길이 끝나면 계곡이 나오는데, 그 계곡길을 400여m 올라가다 덱 계단을 만나면 육담폭포가 눈앞에 펼쳐진다.
1971년 사진에서, 단풍 아래 줄지어 사람들이 지나고 있는 다리의 이름이 ‘출렁다리’다. “흔들지마세요!”라고 다리에 경고문이 있듯이 흔들림이 심하다. 출렁다리 아래에 흐르고 있는 물이 바로 육담폭포이다. 육담에서 담(潭)은 ‘못’을 가리키는 것으로 깊게 물이 괸 웅덩이를 말하는데, 따라서 육담폭포라 함은 못이 6개가 있는 폭포라는 뜻이다.
출렁다리를 지나면 비룡폭포로 이어지는 오르막 덱 계단이 나온다. 바로 그곳에서 1971년과 2023년의 사진이 찍혔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렀고 사진이 찍힌 계절도 다르지만, 설악의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은 지금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 총연장 3.3㎞의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되려 하기 때문이다.
오색케이블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올해 2월27일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의 ‘조건부 동의’에 이어 10월13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최종 결재를 통해, 지난 41년 동안 저지해 온 오색케이블카는 일사천리로 결정되었다. 케이블카를 놓으면 지역경제 활성화가 된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개발업자와 토호들, 그와 유착한 지역 정치인들만 혜택을 볼 뿐, 지역 주민의 삶의 윤택함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혹자는 장애인과 노약자도 설악산 정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서 사뭇 ‘인도주의적’ 찬성 논리를 들이댄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인간 중심적 사고다. 분명히 말해야 할 것은 인간은 그 산의 주인이 아니다. 뭇 생명이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는 생태계를 인간의 편의에 따라 멋대로 훼손하는 것은, 인간의 폭력이며 생태학살이다.
강원도는 이제 ‘강원특별자치도’가 되었다. 특별자치도법에 따르면 강원도의 환경영향평가 등은 이제 도지사가 직접 하게 된다. 생태파괴의 헬게이트가 열렸다. 오색케이블카는 그 상징적 시작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김찬휘 녹색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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