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라우마 상담 95% 종결‥유족한테 청소년 상담사를?
[뉴스데스크]
◀ 앵커 ▶
정부는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희생자 유족과 참사 생존자의 심리 치료를 지원해 왔습니다.
그런데 MBC 취재 결과, 치료를 시작했던 사람들 95%가 얼마 못 가 치료를 그만둔 걸로 확인됐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정부는 대부분 심리가 안정돼 치료가 종료된 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유족과 생존자들의 말은 다릅니다.
남효정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태원참사로 대학생 여동생을 떠나보낸 27살 유정 씨는 힘들 때마다 민간 심리상담사를 찾고 있습니다.
[유 정/희생자 유연주 씨 언니] "'아 나 이제 안 울겠다'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참사 직후 정부가 연결해준 상담센터는 세 번 만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주로 약물중독이나 정신질환을 치료해온 곳이라 대형 참사 피해자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유 정/희생자 유연주 씨 언니] "저한테 자꾸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주입하더라고요. 버틸 힘조차도 없어서 간 건데 '힘들지만 버텨야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업무시간에만 상담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유 정/희생자 유연주 씨 언니] "다시 직장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동생들도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었어서 상담을 받고 싶어도 그런 기회가 허용이 안 된 거죠."
이태원참사로 여동생을 잃은 34살 이진우 씨는 사비를 들여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정부가 연결해준 상담사는 주로 청소년 상담을 해온 터라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진우/희생자 이주영 씨 오빠] "아무래도 청소년을 상담해주시는 분이다 보니까 (트라우마) 상담을 전문적으로 해줄 역량이 안 된다고 많이 느껴졌어요."
치료비 지원을 신청할 수도 있지만 정부 지원에 신뢰가 가지 않았고, 6개월마다 아프다는 걸 다시 증명해야 하는 과정도 고통이었습니다.
[이진우/희생자 이주영 씨 오빠] "6개월마다 본인이 의사와 진료를 받으면서 그 내용 문서를 작성하고, 건강보험공단에 팩스로 보내고… 다시 그 상황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상황인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재심사가 한 달 이상 지연돼, 중도에 치료를 포기한 생존자도 있습니다.
[정찬승/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예약한 날짜에 안 오시고 소식이 없는 거예요. 치료비 연장 승인을 아직 못 받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때도 트라우마 증상이 한창 심할 때였거든요."
정부로부터 심리상담 지원을 받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족은 522명.
이 가운데 95%가량이 불과 몇 달 만에 상담을 그만뒀습니다.
대부분 심리가 안정돼 종료했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참사 트라우마가 그렇게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찬승/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트라우마의 영향은 그 기한이 없어요. 뉴욕 국제무역센터 빌딩 테러가 있었죠. 2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보건복지부는 "재심사 기간을 6개월로 한 건 과거 유사한 재난사례를 고려한 것"이라며 7월부터 상담가들에게 트라우마 교육을 하고 있고, 올해 안에 인력을 500명가량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 장영근·김승우·강종수·남현택 / 영상편집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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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장영근·김승우·강종수·남현택 / 영상편집 : 권지은
남효정 기자(hjhj@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37507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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