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일어섰는데 고금리 강펀치…못 버티면 ‘상저하저’ KO
반도체 수출 증가, 민간소비 회복에 강하게 반등
‘이하전쟁’에 美국채금리 급등...“불확실성 커져”
◆ 경제 성장률 회복 ◆
3분기 GDP는 정부가 주장했던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흐름이 이어질지 판별하는 리트머스지였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다. 올해 상반기 누적 성장률은 0.9%인데, 정부 목표대로 올해 경제가 1.4% 성장하려면 하반기 누적 성장률은 1.9%는 돼야 한다. 상저하고 전망이 현실화돼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계절 특성에 따라 분기 성장률이 달라지는 변수를 제거(계절 조정 효과)하고 하반기 성장률을 분해해보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6%~0.7%씩은 성장해야 한다. 당초 시장에서 3분기 GDP가 0.4~0.5%에 그치며 연간 1.4% 성장이 요원할 것으로 봤던 이유다. 하지만 이날 3분기 GDP가 0.6%로 나왔기 때문에 일단 상저하고 전망에는 다소간 힘이 실리게 됐다.
결국 4분기 성장률이 0.7%선에서 순항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 이에 대한 최대 변수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리스크와 미국 고금리 발작, 중국 부동산 시장 불안이 손꼽힌다.
3분기 성장세를 이끈 것은 수출과 민간소비 회복인데, 고유가 상황이 심해지면 교역 환경이 악화하고 수입물가 상승에 물가부담이 커져 갓 회복된 민간소비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의 일등공신은 수출이다. 3분기 성장률(0.6%) 중 순수출 기여도는 0.4%포인트에 달해 분위기를 주도했다. 민간소비 기여도도 0.2%포인트로 설비투자가 깎아먹은 기여분(-0.2%포인트)을 메웠다.
4분기 GDP 성적 역시 수출과 소비 회복정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최근 표정은 나쁘지 않다. 10월 수출이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설 게 유력한데다 국민들 구매력을 보여주는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2.5% 늘어 GDP 증가율(0.6%)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출과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동발 리스크와 미국 고금리 상황이다.
실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고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이번달 가계와 기업들이 보는 경기 평가는 크게 꺾였다. 한은에 따르면 민간 경제주체들 경기 심리를 지수화한 경제심리지수(ESI)는 10월 전월 대비 0.9포인트 하락한 91.8로 7개월만에 최저치로 가라앉았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IT 경기는 조금씩 살아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고금리에 따른 불확실성은 커졌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올 상반기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경기가 반등할 확률이 높고 정부 성장 전망(1.4%)은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면 국내 물가를 비롯한 경기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률 목표 달성과는 별개로 올해부터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산한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은 1.9%로 사상 처음 2%대 밑으로 가라앉았다. 내년에는 미국(1.9%) 보다도 낮은 1.7%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부동산에 집중된 국내 자본을 순환시킬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뿐만 아니라 선박, 농업, 인공지능(AI)처럼 성장성 있는 분야를 찾아 육성하려는 노력이 시급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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