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먹튀 공백 메운 마지막 분전… 엘리아스 불꽃투,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김태우 기자 2023. 10.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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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막판 SSG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팀 마운드를 이끈 로에니스 엘리아스 ⓒ곽혜미 기자
▲ 준플레이오프까지 분전을 이어 간 로에니스 엘리아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5일 NC와 SSG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SSG 투수들은 단거리 캐치볼로 담담하게 몸을 풀고 있었다. 마치 잠시 후 다가올 총력전을 마음속으로 준비하는 것 같았다.

홈에서 열린 1‧2차전에서 모두 패한 SSG는 2차전 선발로 나선 김광현, 구원으로 많은 공을 던진 문승원을 3차전 미출전 선수 명단에 넣었다. 투구 수와 휴식 시간을 고려했을 때 물리적으로 등판이 어려웠다. 김원형 SSG 감독은 여기에 “엘리아스도 3차전 등판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로에니스 엘리아스(35)는 동료들보다 더 힘껏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전력으로 던졌다. 4차전 준비를 자신하는 듯했다.

엘리아스는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이닝 2실점 역투를 펼쳤다. 비록 8회 대타 김성욱에게 통한의 투런포를 맞은 것에 이어 팀이 타선 침묵을 극복하지 못하고 졌지만 엘리아스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펑펑, 그것도 공격적으로 던지며 달아올랐던 NC 타선을 막아섰다. 결과적으로 이번 가을 두산과 SSG를 통틀어 엘리아스만큼 NC 타선을 잘 봉쇄했던 투수는 없었다.

다만 SSG가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3차전에서 분패하고 시리즈 탈락이 확정됨에 따라 의욕을 보였던 엘리아스의 시즌도 그대로 끝이 났다. 이제 관심을 모으는 건 시즌 막판 계속 이어졌던 엘리아스의 불꽃투를 내년에도 다시 볼 수 있느냐다. 현시점에서의 전망은 엇갈린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SSG는 지난해 외국인 투수로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윌머 폰트, 그리고 숀 모리만도와 모두 작별했다. 조금 더 엄밀하게 따지면 폰트는 스스로 한국을 떠났고, 모리만도는 SSG가 계약하지 않았다. 그 대신 새로운 에이스감으로 에니 로메로를 낙점한 것에 이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좌완인 커크 맥카티를 영입해 두 자리를 채웠다.

그런데 로메로가 오키나와 캠프부터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비상이 걸렸다. 시간을 꽤 많이 줬으나 선수가 불안감에 투구를 포기하기 일쑤였다. 단기간에 회복될 만한 부상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부상에서 회복해도 100% 기량을 보여주기가 어렵다는 전망 속에 대체로 영입한 선수가 바로 엘리아스였다. 경력의 내리막에 있는 건 분명했지만 그래도 2014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10승을 거두는 등 통산 22승의 경력이 제법 화려했다. 로메로에게 날린 80만 달러(약 11억 원)을 엘리아스가 최대한 메워줘야 했다.

▲ 엘리아스는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다 ⓒ곽혜미 기자
▲ 엘리아스의 재계약 가능성은 현시점에서 확답하기는 어렵다 ⓒ곽혜미 기자

엘리아스는 KBO리그 초창기 어려움을 겪었다. 빠른 공은 가지고 있었으나 구종이 단순했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은 속도 차이가 너무 적었다. 첫 10경기까지 평균자책점은 4.19로 기대했던 것보다는 못 미쳤다. 그러나 이후 KBO리그 무대에 적응하면서 투구 내용이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다. 엘리아스는 8월 9일 이후 12경기(선발 11경기)에서 73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31의 수준급 성적을 거뒀다.

경기마다 다소 기복은 있었지만 꾸준한 이닝소화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본으로 6이닝은 던지고, 경기 초반 흐름이 좋으면 7이닝을 넘어 8이닝까지 갈 수 있는 폭발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특히 시즌 막판에는 구위에 자신감이 붙은 듯 숨 막히는 템포로 타자들을 윽박지르기도 했다. 엘리아스는 올해 7이닝 이상 투구가 8번으로 전체 선발 등판(21경기)의 38%에 이르렀다.

김원형 감독은 엘리아스에 대해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라고 평가한다. 제구가 안 돼 무너지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적응도 잘 했다. 팀원들과도 관계가 비교적 원만했다. 다만 재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시즌 막판 공헌도는 인정하지만, 역시 나이가 걸린다. 엘리아스는 내년 36세다. 올해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으로 131⅓이닝을 소화했으나 내년에 160이닝 이상을 완주할 수 있을 만한 체력이 될지에 대해서는 SSG 내부적으로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재계약 가능성 또한 열어두고 있다. SSG는 미국 현지에서 새 외국인 투수 후보에 대한 리스트업을 상당 부분 마친 상태다. 구단 내부에서는 이 리스트에 엘리아스와 맥카티보다 더 좋은 선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과 계약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엘리아스와 계약이 될 수도 있지만, 두 명 모두 바뀔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만약 엘리아스와 인연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으로 끝난다면, 어쨌든 좋은 감정 속에 작별할 수는 있을 전망이다.

▲ 엘리아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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