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기사 사망에 끝까지 사과 않는 쿠팡 CLS 대표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지난 13일 쿠팡 물품을 배송하던 60대 택배 노동자가 새벽 배송을 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홍용준 쿠팡 CLS 대표가 국회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이 사건에 대한 사과의 말은 없었다.
홍 대표는 오히려 "쿠팡 새벽배송에 종사하는 분들의 근로 여건이 열악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새벽배송을 다양한 이유로 좋아하는 기사들도 있다"고도 말했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홍용준 대표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쿠팡은 새벽 배송을 하다 숨진 택배노동자에 대해 "고인은 쿠팡 근로자가 아닌 군포시 소재 전문 배송업체 A물산과 계약한 개인사업자"라고 선을 그었는데, 홍 대표 역시 그 입장을 되풀이 했다.
특히 홍 대표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질의에도 관련 사건에 대해 끝까지 사과하지 않고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학영 의원 : 지난 10월 제가 사는 군포 지역에서 쿠팡 택배노동자 한 분이 돌아가셨다. 쿠팡은 (택배노동자가) 직·고용이 아니라 잘못한 게 없다. 사죄할 일도 없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냐.
홍용준 쿠팡 CLS 대표: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고인과 유족에 위로와 애도의 말씀 전하고 싶다.
이학영 의원 : 죄송하다는 말씀 한마디 하세요. 국민들께. 그게 뭐 어렵습니까.
홍용준 쿠팡 CLS 대표: 고인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
이학영 의원 : 확실하게 미안하다고 하세요.
홍용준 쿠팡 CLS 대표 : 위원님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학영 의원 : 안타깝다는 건 변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안타깝다 유감이라는 말은 사죄의 말이 아니다. 미안한 마음이 없는 말이다. 미안하다고 하셔라 죄송하다고 하는 게 자존심 상하다면.
홍용준 쿠팡 CLS 대표: 위원님 유족께서 고인의 죽음을 더이상 언급되지 않았으면 간곡한 요청한다고 해서.
이학영 의원 : 유족말을 그렇게 충실히 듣고 지금 안하시겠다는 거냐. 유족한테는 했나. 개인적으로는 했나.
홍용준 쿠팡 CLS 대표 : 이 자리를 빌려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학영 의원 : 참... 알겠습니다.
쿠팡 배송기사의 사망에 사과하지 않는 홍 대표의 태도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염치가 없으신 것 같다"고 일침했다. 윤 의원은 "쿠팡은 하청구조로 이득을 창출하고 하청에서 사고가 나면 절대 우리는 책임은 없다고 오리발 내민다"며 "그건 대기업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쿠팡 CLS 대표 "새벽노동 좋아하는 기사들도 있어... 근로여건 열악하지 않아"
홍 대표는 새벽배송의 노동 여건이 열악하다는 의원들의 질의에 "새벽노동 종사배송직들의 근로여건이 열악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노동하는 새벽배송은 명백한 '야근 노동'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야근을 살충제 성분인 DDT와 나란히 '2군 발암물질'에 올린바 있다. 야근이 생체 리듬을 교란하면서 암의 간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홍 대표는 군포에서 사망한 배송기사가 쿠팡 CLS의 노동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저희랑 계약 체결한 영업점의 특수고용직"이라고 말했다. 특수고용직은 고용계약대신 위탁계약에 의해 노동하고 수수료와 같은 대가를 받는 노동자를 일컫는다. 겉으로는 독립 사업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특정 업체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직·간접적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 홍보 영상에서 '퀵플렉서'(사망한 쿠팡 새벽 배송기사가 속했던 직군)는 직원이고 많이 벌고 마음껏 쉰다고 되어있는데, 이 부분은 허위과장 광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인이 계약했던 영업점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당일에야 산재, 고용보험 신고를 했다"며 "쿠팡 CLS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조치 이행에 대한 관리 점검 조치를 제대로 못한 건 인정하냐"고 따져 물었다. 홍 대표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확인했다"고 즉답을 피했다.
진 의원은 또 "쿠팡 '퀵플렉서'는 백업기사가 있어서 퀵플렉서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고 홍보했는데, 백업기사가 얼마나 있냐"고 물었다. 홍 대표는 "백업기사는 영업점에서 관리하고 있어서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진 의원은 "백업 기사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면서 그렇게 홍보하냐"며 "허위광고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벽배송'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진 의원은 "소비자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새벽배송이 불가피하다면 이른바 야간 근로에 대한 근로시간을 통제하는 적절한 조치를 해서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 대표는 "쿠팡 새벽배송 기사의 노동 여건이 열악하지 않다"고 재차 주장하며 "실제로 퀵플렉서 업무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고 백업기사가 있기 때문에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진 의원은 그러나 "퀵플렉서는 일 평균 9.7시간을 일한다"며 "주로 새벽배송을 하는 야간근로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1.3시간을 곱해야 옳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 의원은 "그럼 일 평균 12시간을 일하는 셈인데 CLS는 근로조건이 좋다고 강변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쿠팡 CLS가 겸허하게 성찰하고 되돌아봐야 또다른 산재를 막을 수 있다"며 "쿠팡이 좋은 근로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강변만 한다고 제2, 제3의 사망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일침했다.
이학영 의원도 "(홍용준) 대표께 낮에 쉬고 밤에 일하고 하라면 지속할 수 있나"며 "새벽배송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있을 거지만 물류센터인 쿠팡이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는데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산업사회 초기 노예노동, 10세 미만 어린이도 일했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노동시간을 규제했다"며 "물류회사만의 책임은 아니고 전체 한국사회의 문제이긴 하지만, 물류회사가 새벽에 계속 배송하겠다는 것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에 "새벽 배송을 좋아하는 기사들도 있다"며 "(배송) 시간을 규제한다든가 하는 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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