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허위보도' 수사 검찰 칼날, '언론계 전반' 겨냥

최기철 2023. 10. 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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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대장동 수익 지키기' 작업 의심
본사·기자 압수수색 당한 언론사 5개사로 늘어
검찰 관계자 "의도 없는 오보, 수사대상 아냐"
"배후·범죄의도 확인 위한 수사 계속 진행"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칼날이 언론계 전반을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단순 오보 가능성까지 확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취재원 진술을 고의로 왜곡한 배후와 '범의 확인'을 위한 수사를 예정하고 있다. 언론계 '종심'과 '횡심'을 두루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은 26일 '유력 후보에 대한 허위보도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 전직 기자 1명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9월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판준비기일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향신문은 2021년 10월21일자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011년 '대장동 PF대출 수수료 10억' 브로커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 2건을 보도했다. 같은 날 뉴스버스도 비슷한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1건 보도했다. 당시 중수부 주임검사는 중수2과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두 언론사 모두 대장동 개발 초기 사업에 뛰어든 이강길씨 인터뷰를 주요 근거로 했다. 이씨는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대표와 대장동 개발 추진 시행사 씨세븐 대표를 역임했다.

"사실관계 확인하고도 왜곡"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취재 과정에서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취재자료를 왜곡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기자들 압수수색 이유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는 인식을 기자가 아닌 언론사 임원이나 데스크가 했을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단순히 의도하지 않은 오보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는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그러나 "범의 확인을 위해 수사가 진행 될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대장동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기사 전부가 '범의 확인 대상'이라는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인 언론사는 모두 5개사. 뉴스타파와 JTBC, 리포액트 그리고 이날 압수수색을 당한 경향신문과 뉴스버스다.

이들 취재원은 각각 다르다. 뉴스타파는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다. JTBC는 부산저축은행 사건 당시 대장동 대출 브로커로 알려진 조우형씨와 조씨 사촌형 이철수씨,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의 검찰 신문조서 등을 근거로 했다. 리포액트는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한 최재경 전 검사장과 이철수씨 대화 녹취록이다. 검찰 관계자는 "같은 날 비슷한 취지로 보도한 경향신문과 뉴스버스를 '한 카테고리'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진=최기철 기자]

"김만배가 '흐름' 돌리기 위해 작업한 듯"

검찰은 김만배씨가 지난 20대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사건'이 불거지자 그 흐름을 돌리기 위해 '윤석열, 대장동 수사 무마 의혹 제기' 작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수사와 관련해서 대장동 일당이 불법 수익을 취득한 과정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만배씨가 신학림씨를 만나 인터뷰 한 시점은 대선 6개월 전인 2021년 9월 15일이다. JTBC 산하 사회탐사팀 소속이었던 봉지욱 기자(현 뉴스타파 기자)와 담당PD가 조우형씨를 만난 건 한달 뒤쯤인 그해 10월26일이었다.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보도시점은 2021년 10월21일, 리포액트 2022년 3월 1일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김만배씨가 직접 등장해 인터뷰 한 내용을 뉴스타파가 보도한 시점은 대선 3일 전인 2022년 3월6일로 가장 늦지만 '의혹 제기'는 가장 빨랐던 셈이다.

수사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 라이벌이었던 이재명 대표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검찰은 최근 JTBC 소속 시절 해당 의혹을 보도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김병욱 의원 측에서 넘어온 것으로 의심되는 수사기록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1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명예훼손) 등으로 김 의원 보좌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의원은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화천대유 진상규명 TF' 위원장이었다. 당과 김 의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여론조작사건특별수사팀이 지난 9월 14일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서울 마포구 JTBC 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공권력 앞세운 언론탄압"

경향신문은 이날 검찰이 자사 전현직 기자들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사실에 입각해 의연하게 검찰 수사에 대응하겠다"면서 "검찰이 예단에 근거해 언론사를 무리하게 수사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검찰이 져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은 앞으로도 권력 감시·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을 것임을 더불어 밝힌다"고 강조했다.

뉴스버스도 입장문에서 "검찰은 '가짜뉴스' 운운하며 대장동 부실 대출이 빠진 윤석열 주임검사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관련 비판 기사를 쓴 언론들을 압수수색할 일이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하면서 무려 1,805억원 규모에 이르는 대장동 부실 대출 비리는 왜 빠트렸는지 혹은 왜 뺐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공권력을 앞세운 언론탄압 시도가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며 "기자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상실시켜 권력의 입맛에 맞춰 길들이고자 하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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