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설계사·시공사 ‘3차원 설계’ 책임 전가…사업비 600억 폭증 불러

하송이 기자 2023. 10. 2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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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하우스 예산증가·지연 왜

- “평면설계로는 ‘트위스트’ 어렵다”

- 시공사 ‘폴딩’제안에 설계사 거부

- 이후 콘테스트 ‘스마트노드’ 확정

- 공법 변경 때 없었던 3차원 설계

- 市 원점 재검토하면서 제작 시작

- 총 사업비 2500억→ 3117억 원

- BPA 500억 분담 현재 불투명

- 市가 2000억 이상 부담 가능성

- “신속 준공 우선…책임은 추후에”


부산 오페라하우스 파사드 건립 공법이 2년 여를 돌고 돌아 결국 원안으로 선정된 황당한 사건의 시초로 ‘3차원 설계안’이 지목된다. 26일 열린 브리핑에서 부산시 심성태 건설본부장이 “6, 7년 전에는 평면 설계만 발주했지만, 지금이라면 이정도 건축물은 3차원 설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듯, 고난도의 대규모 비정형 파사드를 건립하면서도 정교하고 치밀하게 접근하지 않았던 부산시 설계사 시공사 등의 안일한 태도가 막대한 사업비 증가와 공사 기간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부산항 북항에 들어서는 오페라하우스 공사 현장 모습. 국제신문DB

공법 논란은 2019년 시공사인 HJ중공업이 오페라하우스 파사드 설계 원안의 ‘트위스트’ 공법 적용이 어렵다고 나오면서 시작됐다. 시공사는 트위스트 공법이 까다로워 오페라하우스 규모의 대형 건물에는 적용된 사례가 드문 데다, 원안의 평면 설계로는 시공이 어렵다며 3차원 설계 도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시공사는 대신 부재 측면을 접어 회전시키는 ‘폴딩’ 공법을 제안했지만, 설계사 측이 동의하지 않았다. 이후 2021년 시는 트위스트 폴딩을 비롯해 볼노드 스마트노드 등 4가지 공법을 두고 최적공법 검토를 위한 콘테스트를 진행 후 2022년 ‘스마트노드(절점에서 회전각도를 적용하는 방식)’ 공법을 확정했다.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국제신문DB


문제는 수 차례 공법이 바뀌는 과정에서 한 번도 제대로 된 3차원 설계도가 작성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부산시는 처음부터 설계 과업지시서에 2차원 설계도만 납품할 것을 명시했다. 이후 비정형 구조물을 만들려면 3차원 입체 설계 도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부산시는 설계비용 9억 원을 추가로 지급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열린 부산시의회의 부산시건설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시 이병동 건설본부장은 상세설계 도면이 있느냐는 시의원의 질문에 “시공을 위해서는 3차원 설계를 해야 된다. 시는 9억 원을 별도로 시공사에 지급했다. 하지만 시공사가 실제 계약된 트위스트박스에 대한 상세설계를 하지 않고 폴딩 공법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당초 계약내용에 대한 검토결과 아무 것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시가 공법에 대해 원점재검토를 하면서 3차원 설계도가 제작되기 시작했고, 지난 9월에야 최종 완성됐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심 본부장은 “비정형 설계안인 데다, 안전까지 고려해야 해 진통 끝에 진일보된 설계가 나왔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제대로 된 설계를 제작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에 의문이 남는다. 이와 관련, 시공사는 “애초 설계도면은 설계업체의 책임이다. 이번에 3D 도면이 새롭게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준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참고인 조사를 벌였던 부산시의회는 다음달 열리는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 강도 높은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시의회 안재권 해양도시안전위원장은 “올해는 시공사 설계사 감리단 관계자를 처음부터 증인으로 채택해 공사비 증액, 지연 등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가리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공사와 설계사의 갈등, 공법 논란 등이 지속되면서 공기는 늘어났고 사업비는 폭증했다. 오페라하우스 공정률은 40%에 그치는 가운데, 총사업비는 애초 시가 예상한 2500억 원에서 3117억 원으로 600억 원 이상이 늘어난 상태다. 이 가운데 시가 부담할 부분은 1617억 원이다. 이날 시공사인 HJ중공업은 “향토 기업으로서 책무를 다하고자 공사 재개부터 준공까지 물가변동(ESC) 및 간접비, 재설계 비용을 분담하겠다”고 밝혀 시는 추가 시비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까다로운 공사에다 공법 논란을 몇 차례 빚은 만큼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부산항만공사(BPA)가 분담하기로 한 500억 원도 현재로서 불투명한 상태다. 애초 해양수산부가 BPA를 통해 8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후 500억 원으로 축소됐고 해수부는 최근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시가 부담해야 하는 돈은 2000억 원을 넘게 된다.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는 책임 소재를 가리기 보다 우선 조속한 사업 준공에 주안점을 둔다는 입장이다. 심 본부장은 “신속한 준공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사 시공사 감리회사의 책임 있는 자세를 바란다”며 “행정조치는 향후 대응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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