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뚱뚱한·이중턱' 안 돼…로알드 달 원작 수정 논란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뚱뚱한, 이중턱, 같은 단어들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소설 마틸다로 유명한 로알드 달의 작품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단어 수백 개가 무더기로 삭제되거나 수정되는 일이 일어났는데요.
모욕적 표현으로 아이들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데, 박은선 변호사와 짚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지금 특히 영국을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품의 표현을 수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표적인 사례 살펴볼까요?
박은선 변호사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도 않을 정도로 방치하고 또 학대하는 부모, 또 학생의 양갈래 머리를 잡고 투포환처럼 던져버리는 교장, 이런 나쁜 어른들을 처벌하는 것은 경찰이나 판사가 아니라 9살 소녀였습니다.
영화이자 소설이자 또 뮤지컬인 마틸다 얘기입니다.
마틸다가 처음 1988년 로알드 달에 의해 출판이 됐을 때 영국 사회에서는 크게 논란이 일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어른을 응징한다는 그 점 때문이었는데요.
최근에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원작을 수정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금 뭐 <마틸라>를 비롯해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로알드 달의 작품들, 또 다른 작품들이 이런 원작 수정 문제로 논란 중인데요.
박은선 변호사
영국의 일부 출판사들은 마틸다의 경우에 트런치볼 교장의 표현을 보면 그 여성의 영어 표현인 '피메일(female)'을 '워먼(woman)'으로 생물학적 여성에서 사회적 여성으로 전부 수정한다든지 또 '뚱뚱한'을 '거대한'으로 바꾼다든지 또 이중턱이라는 부분은 외모 비하다 이렇게 해서 전부 삭제하는 이런 식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영국 총리실까지 나서서 이건 원작 훼손이다 원작을 보존해야 된다라고 하면서 반대하는 성명서까지 내고 있어서 상당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뚱뚱함'보다는 '거대한'이 인물의 외모를 비하하지 않는다, 과연 이 로알드 달이 살아있다면 동의했을까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혹시 이런 원작 수정에 대한 움직임이 있습니까?
박은선 변호사
영국 출판계의 흐름이 우리에게도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출판계에서도 지금 이 고민을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아동 청소년 대상 문학 작품에서 이런 성차별, 외모 비하 이런 표현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원작 자체에 손을 대는 경우는 없고 그 해설 부분에 좀 집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출판사 민음사 같은 경우에는 작품 해설집이 있는데 그 작품 해설집에서 그런 외모 비하, 성차별 이런 표현들을 전부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작가의 동의를 얻지 않고 만일 이 원작을 수정하게 된다고 하면 또 저작권 문제도 불거지지 않겠습니까?
박은선 변호사
네, 그런데 다행히 이 부분은 저작권에 대한 법적 분쟁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원작 표현의 수정에 대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작품들이 굉장히 오래된 작품들이고 원작자분들이 거의 사망하신 상황인데 그 후손분들과 출판사가 협의를 해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또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번역 작품이기 때문에 해석을 달리했다라고 하면 또 문제의 소지가 더욱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상황은 만약에 시민단체들에서 그런 어떤 여론이나 시민단체들에서 출판사를 향해서 이런 표현들을 바꿔라라고 요구를 하고 나아가서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이랬을 때는 좀 논란이 증폭이 되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우려인데 이런 흐름은 아직은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한편에서는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라면 그리고 오래전에 쓰여져서 지금보다 인권 감수성이 다소 부족했던 시기에 발표된 작품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어린이들에 맞춰서 교육적으로 수정이 필요하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죠?
박은선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난쟁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난쟁이는 장애인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 표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점에서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당한 사유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이죠.
특히 아동청소년이 차별적 표현을 계속 접함으로써 편견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아동청소년의 작품에서는 이런 표현의 자유를 수정할, 제한할 그런 여지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원칙을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우리 헌법 제21조는 언론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헌법에서 보면은 언론 출판의 자유는 이제 국민의 기본권이기도 하지만 객관적 가치질서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만큼 민주주의에서 핵심적인 기본권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보장이 되어야 하고 그 제안은 특별한 원칙에 따릅니다.
예컨대 사전 검열을 금지하는 원칙이라든가 명확하게 사전에 제한하는 그런 원칙 이런 것들이 이제 필요한데 우리의 문제 그러니까 원작을 수정하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헌법 제21조 제4항에 언론 출판이 타인의 명예와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는 명예훼손 표현이나 타인의 권리 침해 표현 제한 원칙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작가의 표현의 자유는 예술의 발전 그리고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 폭넓게 인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타인의 권리나 명예를 침해할 수 있는 정도로까지 보장될 수는 없다라는 거죠.
결국 아까 말씀드린 그 난쟁이와 같은 이런 표현이 과연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유가 될 수 있나 정당한 제한 사유가 될 수 있나라고 했을 때는 그 사회적 약자와 같은 특정인들의 명예를 훼손하는가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결국 답이 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물론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또 그렇다고 너무 제약을 하면 작가나 시민들이 자기 검열을 하면서 위축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어떤 절충안은 없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네, "나는 당신의 생각에 조금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권리를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자유론으로 유명한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얘기인데요.
명예훼손 등 해약이 분명하고 극명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라는 그런 의미이고 그러니까 민주주의를 위해서 또 예술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차별적 표현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문학 작품들을 무조건 폐기하거나 전부 수정해 버리는 것보다는 이런 절충안들을 쓰면 어떨까 싶습니다.
첫 번째는 책의 서두에 작가가 작품을 집필하던 이 시대적 배경이 어떠하였는지를 설명하고 이 시대적 배경에서는 이런 관점과 이런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라는 일종의 안내문 또는 경고문 이런 것을 넣으면 어떨까 싶고요.
두 번째는 특히 아동용 도서에서는 특정 표현 뚱뚱보라든가 난쟁이 이런 표현들에서 주석을 달아서 또 뒤에 이제 해설서를 또 정리를 해서 '이런 표현은 당시에 이런 이런 배경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들어갔는데 최근에는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다라고 보입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또 양육자가 아이와 함께 이 부분을 같이 얘기하면서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상당히 논쟁적인 사안입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보장과 또 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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