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희영 "나는 신이 아니다"‥수사기록 속 '무책임한 책임자들'
[뉴스데스크]
◀ 앵커 ▶
MBC가 확보한 10.29 이태원 참사 수사기록 분석 보도로 뉴스 시작하겠습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자신은 신이 아니라서 대형 참사를 예측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왜 내게 책임이 없는지, 1번부터 12번까지 번호를 매겨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같은 보고 받은 경찰청도 못 막지 않았느냐는 논리를 폈습니다.
수사기록 속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책임자들은 하나같이 왜 내게 책임을 묻냐고 억울한 듯 따지고 있었습니다.
김상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1월,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구속 뒤 첫 진술조서.
조사에 앞서 박 구청장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후유증으로 밥도 거의 못 먹는다"고 호소합니다.
검사가 조사할 수 있겠냐고 묻자 "정신력으로 해 내겠다"고 말합니다.
검사는 박 구청장에게, 참사 석 달 전 지역 방송 출연 영상을 제시합니다.
[박희영/용산구청장 (지난해 7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게 안전이다. 저도 그 책임자의 한 사람입니다만 안전에 대해선 더욱더 각별히…"
검사가 책임자 맞냐고 물었습니다.
박 구청장은 맞긴 한데, 군중 통제나 질서 유지는 경찰 일이라고 답합니다.
그래서 "구청장이 나서면,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1. 연간 안전계획은 취임 전 작성됐다. 2. 예측이 불가능했다. 3. 핼러윈은 지역 축제가 아니다…"
미리 준비한 듯 번호까지 붙여 책임이 없는 이유 12가지를 늘어놓습니다.
특히, "신이 아니라서 예측할 수 없었다"며 "사람들도 사고 날 줄 몰라서 온 것 아니냐"고 검사에게 되묻습니다.
참사 보름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는, '핼러윈 데이 부담요인' 보고서에서, 10만 명 이상 운집할 거라고 보고합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공식 기록상으로만 4차례 비슷한 보고를 받았고, 2차례 대책을 직접 지시했습니다.
그랬던 김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보고를 받고 사고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면, 똑같은 보고를 받은 경찰청도 마찬가지인데, 경찰청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윗선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또, 사후 대응에 대해선 "최고 베테랑인 류미진 총경이 상황관리관 근무를 섰는데, 설마 업무를 해태할 줄 몰랐다"며 부하직원에게도 화살을 돌렸습니다.
여전히 수사대상 신분인 김 청장은, 서울청장 자리에 유임됐습니다.
책임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은 참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MBC가 수사기록 분석에 대해 조언을 구했던, 세월호 참사 조사위원은, 원인을 밝혀낼 '골든타임'은 지난 것 같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한 참사의 반복 만은 막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박상은/전 세월호 조사위원] "사회가 가져야 되는 질문은 구청도 그렇고 경찰도 그렇고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상황이 다 드러났는데, 어떻게 하면 이걸 그렇게 바꿀 수 있을 것인가를 봐야 되죠."
한 생존자는 특수본 조사에서 "1시간 깔려있을 때 왜 이렇게 빨리 안 오지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1만 2천 쪽 두꺼운 수사기록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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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김승우 / 영상편집: 신재란
김상훈 기자(s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37495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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