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승어부’ 꿈꾸며 인재·기술 경영 올인… ‘뉴삼성’ 행보

이동수 2023. 10. 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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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회장 취임 1주년 맞아
부친 ‘신경영’ 잇는 큰 그림에 주목
재판 일정 겹쳐 별도 행사 없을 듯
1년간 과감한 투자 등 내실 다져
협력사·지역사회와 ‘동행 경영’도
SDI 등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거버넌스 재편… 준법 경영 강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지 27일로 만 1년이 된다. 취임 전 “모든 국민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기업인 이재용의 일관된 꿈”이라고 밝힌 이 회장은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꿈꾸며 인재·기술 우선 경영, 협력사·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동행 경영’을 펼쳐왔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임 1주년을 지난해 취임 때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낼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사우디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아도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10월25일)를 맞아 개최한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과 이 선대회장 추모 학술대회,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현장 행보 등으로 선대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동시에 삼성이 나아갈 길을 자연스럽게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1주년 당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 관련 재판 일정이 잡힌 점도 ‘조용한 1주년’의 배경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선 이 회장이 언제쯤 ‘뉴삼성’을 선언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신경영 선언’으로 삼성의 체질을 바꾸고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처럼, 이 회장도 향후 수십년간 삼성이 나아갈 큰 그림을 제시하며 ‘삼성=이재용’이라는 등식을 완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뉴삼성 선언’은 없지만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전부터 부회장으로서 그룹을 맡아온 만큼 내실을 다지며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돋보인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5% 급감했지만 연구개발(R&D) 투자는 오히려 15.2%, 시설투자는 18% 늘렸다.

지난해 5월엔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R&D 등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과감한 투자 배경엔 이 회장의 ‘인재·기술 중심 경영’이 깔렸다.

이 회장은 취임 이틀 전이자 선대회장 2주기 당일인 지난해 10월25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는 인재와 기술”이라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와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첨단 제조업 기업으로서의 본질과 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현 상황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지난 3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동행’도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이 선대회장의 ‘사업보국’(사업을 통해서 나라를 이롭게 한다) 정신에서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를 키우는 역량’을 높여 더 크게 나누자는 이 회장의 철학이다.

이 회장의 취임 직후 첫 행보로 광주의 협력사를 찾는 등 중소기업, 지역사회와의 동행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향후 10년간 지역의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60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청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인 삼성청년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사외 벤처 육성을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등 꾸준히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준법 경영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이 회장은 삼성의 ‘무노조’ 관행을 타파하고 ‘4세 승계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2018년엔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처분해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완전히 해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이 이날 삼성SDI와 삼성SDS에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결정한 것 또한 준법 경영의 연장선이다.

선임사외이사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뽑아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거버넌스 체제를 재편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지 않은 삼성 계열사들도 앞으로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중공업, 호텔신라 등 8곳은 현재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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