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늦어지는 전북 단풍, 식물 생태계 위협?
[KBS 전주] [앵커]
설악산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서 가을이 무르익고 있는데요,
전북 대표 단풍 명소인 내장산은 아직 정상부 일부만 단풍이 들었습니다.
기후가 변하면서 나무들의 계절 시계도 달라지고 있는데요,
단풍이 늦어지는 이유와 영향을 김담희 기상캐스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전국의 산마다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면서 가을 정취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북 대표 단풍 명소인 내장산은 현재 산의 일부만 단풍이 들었습니다.
기상청의 기준에 따르면 산 전체의 20%가 단풍이 들면 단풍이 시작됐다고 하고, 80%가 물들면 단풍 절정이라고 합니다.
평년 기준 내장산의 단풍 시작일은 10월 20일인데요,
올해는 평년보다 엿새 가량이 지났는데도 산의 10% 가량만 물들었고, 지난해에는 단풍 시작일이 평년보다 5일, 2021년에는 9일이나 늦었습니다.
내장산뿐만 아니라 지리산 역시 단풍 시작이 늦어지고 있는데요,
2010년대 들어 내장산의 단풍은 1990년대보다 4일 가량, 지리산은 5일 가량 늦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단풍이 늦게 드는 이유, 기후위기 영향이 큽니다.
단풍은 하루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할 때 들기 시작하는데요,
가을 기온에 따라 단풍드는 시기가 결정되는데, 최근에는 평년보다 가을 기온이 오르면서 단풍이 늦어지는 겁니다.
지난달 전북 지역 평균 기온은 22.7도로 평년보다 2.1도 높았는데, 관측 이래 가장 높은 9월 기온이었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을철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가면, 단풍은 1.5일 늦어집니다.
[공수현/전주기상지청 기후서비스과 주무관 : "단풍은 일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물들기 시작하는데요. 단풍의 시작 시기는 9월 상순 이후 기온이 높고 낮음에 따라 좌우되며, 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을수록 빨라집니다."]
그런데 단풍이 늦게 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가장 문제는 식물의 생장 리듬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가을 단풍은 늦어지고, 봄철 개화는 빨라지면서 식물의 생육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요.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식물도 이듬해 더 건강한 나무가 되기 위해 생육을 멈추는 겨울나기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단풍이 들지 않고 푸른 잎으로 계속 있다 보면 갑작스럽게 기온이 떨어질 때 식물이 죽을 수 있다는 겁니다.
[김상용/국립수목원 연구관 : "식물은 생육 기간이 연장되면 대기 중의 탄소 흡수를 증가시켜서 지구온난화를 완화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산림의 계절 시계의 변화는 먹이사슬이라든지 물과 에너지 흐름의 변화를 초래하여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늦어지는 단풍철, 이대로라면 9월 단풍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달라진 계절 시계가 얼마나 더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기상캐스터 김담희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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