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벗겨진 '레드로드'·보차혼용도로에 이태원 닮은꼴 골목길

2023. 10. 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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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지난해 159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T자형 골목이 오늘(26일) 기억의 길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이번 핼러윈 데이 때는 이태원보다는 서울 홍대 거리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MBN이 전문가와 함께 미리 안전점검을 해봤더니 몇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습니다. 미끄러지는 걸 방지하겠다며 바닥에 칠했던 페인트는 칠이 벗겨지기 시작했고, 차와 행인이 섞여 오가는 혼용도로, 이태원과 똑닮은 좁은 경사진 골목길은 위험 가능성도 있었는데요. 신영빈 기자가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 기자 】 서울 홍대거리.

지하철역부터 2km 구간을 붉게 칠한 '레드로드'가 조성돼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처럼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를 막으려고 지난 5월, 4억 원을 들여 미끄럼 방지 페인트를 칠한 겁니다.

예방 효과가 있을까 전문가와 둘러봤습니다.

한눈에 딱 봐도 마모가 시작돼 페인트가 벗겨진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이희정 /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 "(이러면) 원래 의도했던 미끄럼 방지 효과는 줄겠죠."

주말 오후 걸음을 떼기 어려울 만큼 행인들이 몰리면서 일대가 혼잡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혹시나 모를 인파 사고를 막으려면 행인들이 우측통행을 하도록 보행 동선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 "바닥패턴이나 공간 시설물 통해서 오른쪽으로 가는 상향도로와 왼쪽에서 내려오는 하향도로를 분리해 주고, (보행 방향에 따라 도로) 색을 달리하거나 공간을 달리하는 형태가 되면 (좋겠죠)."

레드로드 중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상상마당 구간,

가운데 길이 인도고 붉게 칠해진 양옆의 도로는 보행자와 차량이 함께 다니는 보차혼용도로입니다.

▶ 스탠딩 : 신영빈 / 기자 - "이 도로, 그리 넓지 않아 이렇게 인파가 몰리면 차량이 통행하다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큽니다."

차와 사람이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이 수차례 반복되기도 하고,

▶ 인터뷰 : 김형근 / 홍대거리 상인 - "이제 배달도 많이 있고 공사 차량도 많이 다니다 보면 조금 속도도 빠르고 부산물도 떨어질 수도 있고 이런 위험성이 있어서 좀 불안하죠."

붉은 바닥이 아예 차 없는 거리, 보행자 전용 도로라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 "오히려 저기가 보도 같아, 느낌이."

▶ 인터뷰 : 천명기 / 서울 신사동 - "(차가 다니는 길인 거 알고 계셨나요?) 아니요. 모르고 있었어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레드로드와 연결된 한 골목길입니다.

- "(이태원이랑) 비슷하네요. 약간 경사도 있고 하니까 그런 위험에 대한 관리를 더 잘해줄 필요가 있는데…."

참사 당시 이태원 골목처럼 양방향 통행이 사고 위험을 키우는데다, 보행을 방해하는 위험 요소도 많습니다.

- "이런 광고판이라든지 거치대라든지 못 내놓게 하는, 여기도 막혀 있잖아요. 이런 게 중요한 대피공간이 되거든요."

이 골목을 비롯해 홍대거리에는 밀집도를 보고 인파 분산을 유도하는 AI CCTV 6대와 전광판이 있지만, 역시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입니다.

- "(전광판이) 사람들의 눈높이까지 내려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위에 있어서 사람들이 있는지 못 느낄 것 같아요. 실제 홍대 규모라든지 보행자 밀집도라든지 생각하면 (6개는) 턱없이 부족하죠."

마포구는 칠이 벗겨진 레드로드를 주기적으로 보수하고 있고, 점차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핼러윈 기간엔 경찰과 홍대거리 특별 관리에 나선다고 설명했습니다.

MBN뉴스 신영빈입니다. [ welcome@mbn.co.kr ]

영상취재: 안지훈 기자 김민호 기자 영상편집: 박찬규 그래픽: 송지수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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