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2명당 학생 1명꼴 ‘초미니 의대’ 이곳…증원 유력하다는데
보건복지부가 의대 증원을 위해 대학별 수요조사에 착수키로 한 가운데 각 대학이 얼마큼 정원을 늘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여러차례 언급한 지역 국립대와 입학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들을 중심으로 교원 대비 학생 비율을 살펴본 결과 10여곳에서 증원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재직 중인 전임 교원은 1만1502명, 학생은 1만8348명이다. 산술적으로 전임 교원 한 사람이 맡고 있는 학생 수는 평균 1.6명이었다. 특히 울산대, 성균관대, 가톨릭대, 차의과대, 을지대, 인제대의 경우 학생보다 교원 수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소재 한 의과대학 관계자는 “지금보다 80명정도 더 받아도 충분히 교육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대 수용 여력에서 ‘교원 1명당 학생수’가 중요한 이유는 의대 교수는 대부분 부속 병원의 임상 의사를 겸하고 있어 이 비율 안에 부속 병원의 병상규모, 연구실 규모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수요조사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기 때문에 아직 현장점검 대상이 정해지진 않았다”며 “소규모 의대라 해서 증원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수용 능력, 교육 역량, 수요, 지역 인프라 연계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지원책 없이 학생 수만 늘리는데 매몰돼선 안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사를 양성하는 데에는 교원뿐 아니라 다양한 실습 현장, 연구 시설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대학 간 인프라 격차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울산의대는 재단 지원의 힘입어 추가 증원 계획을 반기는 입장이다. 최근에도 HD현대로부터 건물을 기부체납받아 각종 연구에 활용하기 위한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했다. 울산의대 관계자는 “현재 교원 수가 750여명인데 비해 학생들의 입학정원은 40명밖에 안되는 상황”이라며 “2025년 3월 마무리를 목표로 설비를 추가 확보하고 있어 어떤 인력 수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에서도 정부에 울산의대 정원을 140명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의대는 정원 확대 논의에 앞서 강의실과 실험실 확충, 교수 확보 등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원지역 의과대학 A학장은 “지금의 시설로는 현재 입학정원인 49명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교육 인프라 확충에 얼마큼 지원해주느냐에 증원 가능 인원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고신대는 올 들어 경영난이 본격화되면서 현재 재학 중인 의대생들의 학습권, 실습권 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에는 대학 본부에서 의대에 학사 운영비를 지급하지 않아 교수들의 임금이 체불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복지부는 증원 수요가 있는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인프라 보강에 나서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학교육평가원에서 각 대학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데 앞으로 진행할 수요조사 때 교육 여건들을 보다 세밀하게 살필 예정”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추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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