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전 수준으로 떨어진 美 소형주…신용 위험 신호?[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증시가 국채수익률 상승세에 짓눌리면서 낙폭을 키우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25일(현지시간) 미국 3대 지수 가운데 처음으로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해 조정장에 진입했다.
조정장은 증시가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졌을 때를 의미하며 고점 대비 하락률이 20%를 넘어가면 침체장이 된다.
테슬라는 순이익과 매출액이 예상치에 크게 미달한 가운데 전망도 비관적이었고 알파벳은 순이익과 매출액이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클라우드 사업의 매출액이 기대에 못 미치며 주가가 폭락했다.
메타 플랫폼은 이날 장 마감 후 광고 매출이 늘며 순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았으나 향후 광고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하락했다.
유일하게 마이크로소프트만 투자자들에게 흡족한 실적을 공개해 실적 발표 다음날인 이날 주가가 올랐으나 3.1% 상승에 그쳤다. 그나마 이날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는 1% 하락했다.
26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 아마존은 이날 정규거래에서 5.6% 급락한데 이어 시간외거래에서 1.9% 추가 하락했다.
이날 국채수익률 4.952%는 지난 19일 4.990%에 이어 올들어 2번쨰로 높은 것이다. 지난 19일은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뉴욕경제클럽에서 최근의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은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이나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기간 프리미엄 상승 때문이라고 말한 날이다.
기간 프리미엄은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와 이에 따른 국채 공급 증가 가능성, 경제 성장 전망 등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반영해 투자자들이 국채를 만기 때까지 보유하는데 대한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이다.
중요한 것은 기간 프리미엄은 연준의 일상적인 정책으로 조정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정부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와 이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를 연준의 통화정책이 관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고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를 크게 상회할 정도로 호황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국채수익률 상승세를 꺾기 위해 어떤 제스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지방은행들이 연쇄 파산한 미니 은행위기 때는 연준이 표면적으로는 긴축 기조를 유지한 채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은행 대출 자금을 지원했다. 이번에도 국채수익률 상승에 따라 경제든 금융시장이든 어디에서든 균열이 발생해야 연준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의 시장 담당 수석 에디터인 존 오더스는 이날 소형주에서 이미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 신용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결과 미국 증시는 미니 은행위기 이후 오히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연준의 지원으로 경제 시스템에 신용이 계속 공급되면서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라나 지난 7월19일부터 국채수익률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시작하자 동시에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고점을 찍고 약세로 돌아섰다.
오더스는 특히 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직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러셀2000지수가 3년 반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의미다. 반면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은 같은 기간 동안 주가가 50% 상승했다.
국채와 투기등급 채권(하이일트 본드) 사이의 수익률 격차를 나타내는 스프레드도 미니 은행위기 이후 급등했다가 하락 추세를 보였지만 7월 말 이후 다시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연준이 은행 대출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실시하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업대출 조건을 완화하기보다 강화하겠다는 응답이 거의 50%에 달했다. 대출 조건을 강화하겠다는 응답이 50%를 넘은 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코로나 팬데믹 때뿐이었다.
아울러 러셀2000지수 편입 중소기업 중 이익을 내지 못하고 손실 상태인 기업의 비율이 3분의 1이라는 점도 문제다. 금리가 올라가면 적자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오더스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경제에 효과를 미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18개월이 걸리며 이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지 18개월이 지났다며 드디어 신용시장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6일 개장 전에는 미국의 올 3분기 GDP 성장률이 공개된다. 5%에 가까운 성장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높은 성장률은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를 유도하는 만큼 시장에 악재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장 마감 후에는 아마존과 인텔, 포드가 실적을 발표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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