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①극우 ②친트럼프 ③무명 하원의장… 미국 의회 리스크는 계속된다
3명 낙마 진통… 장기 의회 파행에 중도파 굴복
대선 불복 앞장… “강경파도 버티면 승리” 선례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진통 끝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극우 성향의 경량급 인사에게 돌아갔다. 하원의장 공백에 따른 의회 파행이 22일 만에 정리됐지만, “끝까지 버티면 이긴다”는 자신감을 공화당의 소수 강경파가 갖게 된 만큼 정치의 순항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하원은 25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의원(51세·4선·루이지애나주)을 새 의장으로 선출했다. 존슨 의장은 투표에 참여한 공화당 의원 220명 전원의 표를 얻어 당선 정족수인 재석 의원(429명)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민주당 의원 209명 전원이 민주당 소속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에게 표를 몰아줬지만 수의 힘에 밀렸다.
존슨 의장은 취임 연설에서 “무너진 의회의 신뢰를 재건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가 이렇다 할 의회 보직 경험이 없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끝내 강경파에 표 몰아준 공화당 온건 주류
공화당 강경파가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을 "충분히 강경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몰아낸 후 하원은 개점 휴업 상태였다. 공화당이 연달아 낸 의장 후보 3명은 전부 낙마했다. 첫 번째 후보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세 번째 후보 톰 에머 하원 원내총무(수석부대표)는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혔고, 강경파 일원인 두 번째 후보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온건 중도파의 제동에 도전을 포기했다.
공화당 중도성향 의원들은 의회 공전이 길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존슨 의장에게 찬성표를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의회 경력이 길지 않다. 하원 최대 보수 의원 모임인 ‘공화당 연구위원회’ 의장을 지냈지만 상임위원장이나 원내대표·부대표 등 주요 당직을 맡은 적이 없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지도 역시 낮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존슨 의장과 개인적으로 아는 공화당 상원의원이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 내분 탓에 의장 후보 3명이 줄줄이 낙마하지 않았다면 그가 의장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존슨 의장에겐 든든한 뒷배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그는 공화당의 대표적 친트럼프 의원으로 꼽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시도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에게 인증 반대에 필요한 법적 논리를 제공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뒤에는 사법·정치 제도가 불공평하다고 항의했다. 2020년, 2021년 상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재판이 진행됐을 때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장 투표를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는 이기는 후보 마이크 존슨과 함께 가기를 강력히 제안한다”는 글을 올려 지지했다.
임신중지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
존슨 의장의 정치 성향은 극우다. 공화당 극우 세력 ‘프리덤 코커스’ 회원은 아니지만 이 단체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존슨 의장은 임신중지(낙태)와 우크라이나 원조에 반대하고, 성소수자 규제를 지지한다”고 평했다.
의장으로서 첫 작품은 이스라엘 지지 결의안 처리였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즉각 공격 중단과 인질 전원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찬성 412표 대 반대 10표로 하원을 통과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다.
문제는 법안이다. 백악관은 존슨 의장 선출 직후 국내 현안 대응에 필요한 추가 예산 약 560억 달러(약 75조 원)를 긴급히 처리해 줄 것을 의회에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 및 중국 견제 등에 사용할 1,050억 달러 규모의 안보 예산의 승인도 20일 요청해 둔 상태다. 하지만 존슨 의장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고 정부의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어서 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소수 강경파에 의해 공화당의 의사 결정이 좌우되는 기형적 행태가 지속될 수도 있다. NYT는 "규범을 어기고 다수를 무시해도 여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화당 강경파에 새삼 증명했다”고 논평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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