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걸스’, 도합 155년의 무게를 넘어 자유로워진 네 명의 디바[스경X현장]
누군가는 이 조합을 보면 ‘불가능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세간은 그들을 ‘선생님’으로 부르고 있지만 그들의 내면은 생각보다 훨씬 자유롭다. ‘경력’이나 ‘연륜’에서 벗어난 이들의 표정은 환했다. 그 미소가 황금의 가치가 있는 걸까. 2023년 K팝의 가장 마지막 프로젝트로 불릴 것이 유력한 ‘골든걸스’가 베일을 벗었다.
KBS2 새 예능으로 편성된 ‘골든걸스’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웨딩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프로그램은 경력이 도합 155년이 되는 뮤지션들이 데뷔 후 처음 또는 오랜만에 그룹활동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도전의 시간을 담았다.
멤버는 1978년 그룹 희자매로 데뷔했고, ‘밤이면 밤마다’ ‘거위의 꿈’ ‘친구여’ 등을 히트시킨 인순이 그리고 1985년 MBC ‘강변가요제’로 데뷔해 ‘이유같지 않은 이유’ ‘이브의 경고’ ‘집착’ 등을 부른 박미경이 있다.
그리고 1989년 데뷔해 ‘언제나 그 자리에’ ‘난 널 사랑해’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등을 부른 신효범, 막내로 1992년 데뷔해 ‘기억 속으로’ ‘애인 있어요’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히트시킨 이은미가 있다.
이들의 조합은 늘 1980년대 소울 스타일에 기반을 둔 음악을 하는 프로듀서 박진영의 머리로부터 시작됐다. 박진영은 “제가 좋아하는 시대의 목소리와 감성을 갖고 요즘 트렌드에 어울리는 기획을 해보고 싶었다. 흥얼거리는 소리만 듣고도 쓰러질 정도로 행복한 네 분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수락 여부는 알 수 없으니 일단 카메라로 찍기부터 했다”고 말했다.
박진영은 지금 대중들, 특히 젊은 층에게 이 팀이 다가갈 수 있는 지점에 대해 “‘저런 분들을 모시고 뭐한 거냐’는 욕을 먹는 상상도 했다. 하지만 섭외 전부터 제 머리에 있던 무대와 노래는 누나들밖에 할 수 없다”며 “어떤 음악과 무대를 할지 정확한 생각이 있다. 이게 없었다면 모셨을 때 무서웠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미경은 “3년 정도 가수의 직업과 음악 등을 내려놓고 살았다. 하지만 박진영 프로듀서님이 제가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을 끄집어내 주신다. 제가 모르는 부분들이 들어있어 꺼내기 힘들지만, 매력이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신효범 역시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지만, 요즘에 맞추려면 새로운 거라는 생각을 하고 박진영 프로듀서가 이야기하는 걸 안 따를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조금씩 예전의 느낌을 벗어나는 것 같아서 좋다. 변화되고 있어 재밌다”고 말했다.
인순이도 “46년 활동을 하면서 연습을 하고 머리를 짰는데, 땀이 물처럼 주룩 흘러나오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초심과도 맞닿는 부분인 것 같다”고 했으며, 이은미는 “개인적으로 꿈을 하나 이뤘다. 무척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양혁PD는 “녹화를 할 때 제일 많이 나오는 단어가 ‘누나’ ‘진영아’ 등”이라며 “박진영 프로듀서를 포함한 다섯 분이 모두 내려놨다. 이분들을 접하지 않으신 분들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는 나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55년의 시간은 이들에게는 영광의 시간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만큼 새로운 팬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두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걸그룹을 결성했고, 지금 K팝 트렌드의 노래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의 새로운 데뷔과정은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KBS2를 통해 방송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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