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쟁에 '9.19 논란'…軍이 놓친 진짜 교훈은?[안보열전]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3. 10. 2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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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앵커]
국방과 외교, 통일 이슈를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안보열전' 시간입니다. 김형준 기자,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해 온 주제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인데, 그러잖아도 김 기자가 이 사안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게 어떤 포인트인지 굉장히 궁금했거든요.

[기자]
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어느덧 3주가 되어 갑니다. 근데 이것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도마에 오른 게 있어요.

[앵커]
그러니까요. 우리도 뭐 전시 국가여가지고.

[기자]
그렇긴 한데 또 그 전시 국가에서 한 번 더 전쟁이 나는 걸 막기 위한 합의가 있죠. 5년 전에 체결된 9.19 군사합의입니다. 이게 도마에 올랐어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앵커]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 했을 때 서로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막자면서 그 때 만들어 둔 합의잖아요.

[기자]
맞아요. 그런데 최근에 이번 전쟁을 두고 이 9.19 군사합의 때문에 북한의 선제공격 징후를 포착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합의를 파기하거나 효력정지해야 된다는 주장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이미 법률 검토에 착수했구요,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최단기간 내 효력정지하겠다, 이렇게 밝혔는데 오늘은 이런 이야기가 좀 옳은지 따져보겠습니다.

[앵커]
맞아요, 이 뉴스 최근에 많이 나왔었는데.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기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그 문제에서 우리 이슈로 끌고 온 거죠. 그래서 우리도 북한의 선제공격 징후를 파악하려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해야 된다.

합의 내용이 뭐였는지를 일단 좀 간략히 설명드리면 지상 그리고 바다, 공중에서 일정한 영역을 정해 놓고 여기서는 훈련하지 말자, 사격하지 말자, 정찰기도 띄우지 말자, 요렇게 합의를 했던 거잖아요?

국방부 제공


[기자]
네, 지상에서 군사분계선 남북 20km 안(동부는 40km 안)에서 고정익 항공기를, 10km 안에서 헬리콥터를, 동부 15km와 서부는 10km 안에서 무인기를 각각 띄우지 않기로 정해 놨습니다. 5km 안에서는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의 기동훈련을 안 하기로 했고요.

바다에도 이런 해상완충구역이 있는데 동서해 NLL, 북방한계선을 둘러싸고 수십킬로미터에 달하는 완충구역이 있습니다. 여기 안에서는 해안포와 함포 사격, 그리고 해상기동훈련을 안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의원 시절부터 우리나라에 산이 많잖아요. 그래서 높이 나는 정찰기를 못 띄우니까 산 뒤쪽에 있는 경사면, 이걸 후사면이라고 해요. 거기를 못 보게 되고, 장관 취임 뒤에 이번 주 연평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해병대 K9 자주포 등이 육지로 와서 사격훈련을 해야 되니까, 아까 해상완충구역 말씀드렸죠. 이것 때문에 합의가 잘못됐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앵커]
그 9.19 군사합의 때문에 우리가 못 보는 그런 지점들이 생긴다.

[기자]
그리고 또 사격훈련을 못 하는 곳도 생긴다.

[앵커]
이게 뭐 사실관계를 좀 따져봐야 될 거 같은데, 얼마나 맞는 얘기예요?

[기자]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를 떠나서 방금 제가 언급한 얘기는 다 사실입니다.

[앵커]
아, 못 보는 구역이 있다, 사격 못 하는 구역이 있고?

[기자]
맞습니다. 군사적인 면만 따지면요, 9.19 합의가 우리의 대응 능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다는 건 지난 5년 동안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다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정찰기를 가까이 못 띄우고, 훈련 구역에 제한을 걸었으니까 뭐 상식적으로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아무래도 떨어지겠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이걸 모르고 그런 합의를 맺진 않았을 테고, 맹점을 알고서도 합의를 맺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예요?

[기자]
이렇게 생각해 볼게요. 만약 한반도에서 한 번 더 전쟁이 난다면 우리는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전쟁이 안 나는 겁니다.

[앵커]
네, 전쟁 안 나야죠.

[기자]
무장 병력들이 가까이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보다 군사적으로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런 완충지대를 두고 있는 게 충돌을 막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되겠죠.

군사적인 이익과 국가적인 이익은 따로 생각을 해 봐야 돼요. 그 두 개를 비교해 보면 더 위쪽 차원인 국가적 이익이 더 중요합니다. 군사적 차원에서는 싸워서 이기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싸울 일이 없는 게 낫습니다.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 당시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으로 9.19 군사합의를 주도했었는데요. 최근 낸 책에서 '비핵화 협상은 매우 예민한 과정인데 남북한 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서 비핵화 협상을 좌초시킬 가능성을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며 그게 9.19 합의라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협상하고 있는데 뭔가 싸움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얘기예요.

연합뉴스


[앵커]
근데 이미 작년에 해상완충지대에서 방사포 사격을 북한이 했었고 또 무인기 띄운 일도 있었잖아요. 그래서 이 9.19 군사합의 자체가 굉장히 무의미해진 거 아닌가 이런 얘기도 계속 나오지 않았나요?

[기자]
맞아요, 사실이예요. 이미 깨진 거나 다름없다는 주장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도 북한이 2006년에 1차 핵실험을 했고, 10년 전인 2013년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무효화 선언을 했는데 우리가 아직 안 깨고 있습니다.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 되기 때문입니다.

완충지대의 유지가 필요한지, 아니면 군의 대응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우선인지는 고도의 정치적인 문제예요. 군사적으로만 볼 수가 없습니다. 하나 더, 9.19 합의가 군사적인 영향을 주는 건 사실입니다.

[앵커]
일부 영향 준다, 요거 사실이다.

[기자]
네, 하지만 그걸 지금 하마스 사례와 바로 연관짓는 게 정말 합당하느냐 이런 문제제기가 있습니다.

하마스는 3만 명 규모의 무장정파, 테러조직에 가까워요. 하지만 북한은 UN 가입국이고 수십만 정규군을 갖추고 있습니다. 국가간의 전면전과 테러조직의 공격을 단순히 등치시킬 수가 없어요. 북한도 기습공격을 했을 경우에는 확전이나 전면전을 각오해야 되고요, 거기엔 큰 대가가 따를 겁니다.

육군 특전사령관을 지냈던 특수·지상작전연구회(LANDSOC-K) 전인범 고문입니다.
"하마스는 로켓이 조그맣습니다. 여러 군데에 숨겨서 쏠 수가 있죠. 그러나 북한 거는 대구경포나 다연장포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거 이동하는 데 그렇게 숨기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 그래서 이것과 연계해서 9.19 군사합의를 중지시키는 것은 저는 좀 뜬금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되는 로켓. 연합뉴스


[앵커]
아까 완충지대 때문에 뭐 일정 부분 우리가 대비하는 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는 했지만, 사실 이렇게 대규모 기습전이 벌어지는 걸 모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준비 중이라면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기자]
우리가 정찰기만 갖고 아는 게 아니예요.

[앵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갑자기 군사합의를 폐기해야 된다는 논의는 뜬금없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대신에 그래도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될 거는, 이스라엘도 굉장히 큰 군사조직을 가지고 있고 뛰어난 군사조직을 가지고 있는데 왜 당했는지, 기습에 왜 당했는지 이건 우리도 짚고 넘어가야 되잖아요.

[기자]
당연합니다. 하마스가 정면으로는 승산이 없어서 이스라엘군의 약점을 노렸어요. 언론에도 많이 나왔는데, 패러글라이딩으로 첨단 과학화 장비가 설치된 담장을 넘어서 공격했고요. 또 짧은 시간에 대량의 로켓 공격을 퍼부어서 아이언 돔이라는 요격체계의 능력을 초과하게 만드는 식입니다. 과부하가 걸린 거죠. 이걸 비대칭전이라고 합니다. 물론 진짜 의도를 속이기 위해서 기만도 병행됐고요.

김형준 기자


어제 세종연구소에서 관련 주제로 세종국방포럼이 열려서 다녀왔는데요. 육군 준장 출신인 한국방위산업학회 김규연 이사의 말 들어보시죠.

"이스라엘 정착촌을 모의로 만들어 놓고 거길 습격하는 훈련, 담장을 불도저로 미는 그런 훈련, 이걸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아이 뭐 평상시에 좀 하는 거구나'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을 한 겁니다. 그리고 10일 전에는 이집트 정보기관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 정보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무시를 했죠."

지난 4월 유출된 미국의 기밀문건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개혁에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 이스라엘 ynet 뉴스


또, 보수 성향 네타냐후 정부의 강경책을 둘러싸고, 특히 사법개혁안. 군과 정보기관 내부에서 반발과 혼란이 지속돼서 제대로 판단을 못했다는 의견도 있어요. 이런 내부의 정치적 혼란 관련 사항이 올해 초, 우리나라 관련 문건도 유출됐었던 그 미국의 기밀문건에도 언급되는 내용입니다.

[앵커]
정리해 보면,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의도에 대한 고정관념에 싸여서 제대로 못 봤고, 또 자신들의 첨단 기술을 과신했고, 심지어 첩보가 있었는데도 그걸 의미 있는 정보로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렇게 정리가 되겠네요.

듣고 보니까 진짜 뭐 이번 전쟁, 이스라엘 전쟁이랑 우리나라 군사합의가 연관성이 있다고 지금 딱 단정지어 말하기는 좀 어렵네요.

[기자]
아직은 좀 이른 감이 있어요, 그래서. 군이 전쟁의 교훈을 반영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건 당연히 매우 중요합니다. 꼭 해야 되는 일이고요. 하지만 그 전에 치밀하고 정확하게 분석을 해야 되고, 우리가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뭔지,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의 상황은 또 다르니까요. 그걸 정확하게 알아야 됩니다.

또 9.19 합의 같은 건 결국 군의 영역을 넘어서 국가전략의 영역에서 냉정하게 판단을 해야 됩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싸워서 이기는 게 우선인가, 아니면 싸울 일이 없는 게 우선인가.

[앵커]
군사적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명확히 구분해서 봐야 된다.

[기자]
그렇죠. 그리고 국가적 이익이 더 상위 차원에 있다. 그래야 전쟁에서 이기기 이전에 전쟁을 예방하고 억제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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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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