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현대사 담긴 ‘올드 명품’…한림수직의 부활
[KBS 제주] [앵커]
제주에서 양털로 옷을 만든 한림수직이라는 브랜드, 들어보셨습니까?
197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 지역 호텔에도 매장을 냈을 만큼 명품으로 인정받았지만 2000년대 초 문을 닫았는데요,
당시 제주 여성의 삶이 녹아든 한림수직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허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1961년 제주시 한림항에 정박한 배 한 척.
배 안에 실린 건 양들입니다.
제주 안팎에서 들여온 양으로 옷과 담요를 만들기 위해 앳된 얼굴의 여성들이 쉴 새 없이 물레와 베틀을 돌립니다.
6·25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1959년.
제주 여성들을 빈곤에서 구출하기 위해 아일랜드 출신 맥그린치 신부 손에서 의류 브랜드, 한림수직이 탄생했습니다.
한때 이곳에서 일하는 제주 여성만 천 명이 넘었지만 2000년대 중국산 양털이 등장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백발의 여성이 능숙한 뜨개질을 선보입니다.
["짧은 쪽이 엄지로 가 있어야 돼."]
행여나 뜨개 방법을 놓칠까, 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참가자들.
한림수직 출신 장인이 한림수직 전통 무늬로 뜨개질하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박도연/일본 도쿄 : "제가 대학 다닐 때 굉장히 유행했던 패턴 중에 하나에요. 지금은 살 수가 없어서, 저는 그걸 다 배웠거든요. 그래서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제주 고유 브랜드인 한림수직을 되살리기 위해 이시돌협회와 지역 콘텐츠 그룹이 힘을 합쳤습니다.
2년 전부터 한림수직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데서 시작해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인 겁니다.
이곳 성이시돌 목장에 방목된 양들은 지금도 한림수직 제품의 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수익금은 한림수직 제품을 생산하고, 한림수직에 활용되는 양의 수를 늘리는 데 활용됩니다.
[마이클/신부/이시돌협회 이사장 : "자기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고 다른 사람 돕기 위해서, 그걸 통해서 진짜 많은 사람 도와줬다는 걸 (알았으면.) 오는 사람들이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알려주고 싶습니다.)"]
고단했던 여성들의 삶과 제주의 근현대사가 담긴 한림수직이 새로운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아람
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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