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지상전 시나리오는…'땅굴 완전파괴' 노릴듯
국제사회 의식, 인명피해 최소화 위한 국지적 공세에 머물 가능성도
"美 이라크 침공시 팔루자·모술 시가전 교훈…어느 쪽이든 대거 사상"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이 26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제거를 위한 가자지구 지상작전 수순에 돌입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군(IDF)이 본격적으로 기갑·보병 전력을 투입할 경우 하마스 지도부를 완전히 소탕하고 무력화할 수 있는 대규모 작전이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IDF는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내에 밤새 탱크 등을 동원해 급습을 가한 뒤 철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 주변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킨 상태로, 지난 22일부터 산발적으로 제한적 규모의 지상 작전을 벌여왔다.
이스라엘이 전면적 지상전을 개시할 경우 다른 무엇보다 하마스 지도부 제거가 최우선 목표인 만큼 하마스의 거점이자 보급선, 은신처, 방공호, 기습통로 등 역할을 하는 일명 '가자 지하철' 땅굴부터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러시아의 저명한 중동문제 전문가인 동방학연구소 산하 아랍·이슬람센터 보리스 돌고프 연구원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지도부가 앞서 언급한 대로 강력한 폭탄을 사용한 지상작전이 하나의 방안"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이 지하 터널은 길이가 거의 500㎞에 달하며, 주요 지점과 건물을 거미줄처럼 잇는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눈을 피한 '아날로그' 통신으로 기습을 감행하는 데에 유용하게 쓰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로켓과 탄약 보관소로도 사용된다.
이스라엘군이 지상군을 대거 투입하기에 앞서 공습 등으로 화력을 집중, 이 지하구조물을 파괴하려고 의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면 사전 정보 없이 터널에 접근할 경우 내부에 설치된 수많은 부비트랩으로 인한 병력 손실을 피할 수도 있다.
지난 22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상군 투입 계획을 거론하며 "적군은 기갑·보병부대를 마주치기에 앞서 공군의 폭탄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텔아비브대학 모셰 다얀 중동아프리카연구센터의 하렐 초레브 선임연구원도 땅굴 공격 전망과 관련, 미국 CNN 방송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가자지구 지하도시의 기반시설을 파괴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하마스의 중추를 분쇄하고, 가자지구 안이든 어디에서든 그들의 리더십을 파괴하겠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가자지구 전역을 광범위하게 타격하게 되는 만큼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포함해 대량의 사상자를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하산 알하산 연구원은 하마스를 절멸시키려는 계획은 위험하고 복잡하다고 CNN에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사회적으로, 지리적으로 깊이 뿌리박혀있다"며 "이스라엘이 이를 물리치려면 가자지구를 지형적으로, 인구적으로 영구히 바꿔놓아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하마스 무장세력이 집중된 일부 지역으로 국한, 제한적으로 작전을 펴는 것이 거론된다.
인도주의적 위기와 관련, 국제사회의 비난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한층 정교하게 하마스 소탕을 시도하는 '외과수술' 방식이다.
돌고프 연구원은 "이 방법이라면 IDF가 가자지구를 완전히 파괴하지도, 도시를 폭삭 무너뜨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군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놓고도 대비책을 마련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하 터널 탐색을 위한 로봇과 드론 외에도 액체 물질이 들어있는 스펀지 폭탄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액체를 분리해놓은 금속 막대를 제거하고투척하면 내부의 액체가 섞이면서 거품이 생기며 부풀어 오른 뒤 바로 단단해져 땅굴 입구와 틈새를 막는 방식이다.
또 이스라엘은 남부 네게브 사막의 군기지에 '리틀 가자'라고 불리는 가자지구 축소판을 만들어 시가전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좁은 거리와 미로 같은 터널을 이용한 하마스의 게릴라 전술에 대비, 적군을 색출하고 교전하는 모의 전투로 감을 익히는 것이다.
실제 전면적인 지상전이 시작되면 이스라엘군은 지상 근처의 초소형 무인기(드론)·공격헬기부터 감시·자폭 드론, 전투기, 가장 높은 고도의 전략 정찰기까지 층층이 공군력을 동원해 공중을 철저히 장악하고 보병 전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후 포병을 통해 시가지에 길을 뚫고 3층 높이의 장갑 불도저 등 기갑 전력을 선두로 한 지상군 병력이 이를 지나가는 작전을 벌일 전망이다.
이스라엘 군 지도부가 여러 차례 '육해공 입체 작전'을 거론한 점을 고려하면 해군력까지 포함하는 전면적인 공격의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공격과 제한적 작전이라는 두 가지 방안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에 비교해 분석하기도 한다.
첫 번째는 2014년 미군이 대규모 지상공격을 감행했던 도시 이름을 딴 '팔루자 모델', 두 번째는 이슬람국가(IS·다에시) 테러 조직에 대응한 국제 연합군이 최소한의 범위에서 교전을 벌인 '모술 모델'이다.
하지만 CNN은 이 양 갈래 시나리오와 관련해 "두 가지 버전 모두 상당한 사상자를 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라고 지적했다.
9년 전인 2014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전격 침공했던 때의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로켓포를 쏘지 못하도록 막고 땅굴을 분쇄하고자 가자지구 공격에 나섰지만, 이후 하마스가 오히려 더 깊고 길게 땅굴을 파는 결과를 낳은 가운데 팔레스타인 주민 2천여명이 사망한 데 대한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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