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명단 발표하며 "난 원래 남 얘기 안 들어"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26일 혁신위원 인선안을 공개하며 공식 돛을 올렸다. 수도권 전현직 의원들과 여성·청년 외부 인사들이 전진 배치된 점이 눈에 띄었다. 인 위원장은 수직적 당정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찻잔 속 혁신'이 될 수 있다는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듯 "저는 원래 남 얘기를 잘 안 듣는다. 걱정 말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로 명명한 12명(인요한 위원장 제외)의 혁신위원 명단을 공개했다. 현역의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박성중(재선, 서울 서초을) 의원이 포함됐고, 전직 의원으로는 김경진·오신환 전 의원이 인선됐다. 김 전 의원은 서울 동대문을, 오 전 의원은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의원과 김 전 의원은 친윤계, 오 전 의원은 비윤계로 분류된다.
그밖의 당내 인사로는 정선화 동국대 겸임교수,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이소희 변호사 등 3인이 더 포함됐다. 정 전 부시장은 이날 인 위원장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선에서 수도권에 새로운 바람을 만들 수 있도록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 3명을 포함했고 당세가 열세인 전북, 세종에서 활동 중인 청년 여성 정치인 2명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전문가로는 이젬마 경희대 교수, 임장미 마이펫플러스 대표,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조교수, 최안나 세종대 교수, 송희 전 대구MBC 앵커, 박우진 경북대 농대 학생회장 등 6인이 위촉됐다. 이들 혁신위원들의 활동 기한에 대해 인 위원장은 "앞으로 60일 동안"이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제가 완전히 전권을 받고 3일 동안 잠을 설쳐가면서…(인선을 했다)"며 "인선 기준은 여성, 젊은 연령, 외부 인사 배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바로 내일 회의를 개최하려 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찾아뵈려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내려가서 만나겠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가 과연 당에 쓴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일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관련 기사 : '인요한 혁신위'에 쏟아진 우려…"'아내와 아이'가 문제라면 어쩔 거냐?") "저는 원래 남 얘기를 잘 안 듣는다. 성격이 그렇다"며 "여러분들 걱정할 것 없다. 소신껏 살아왔다"고 했다.
또 "제가 원래 병원에서 의사다. 그래서 약을 조제하는데, 여기 업무는 다른 당을 겨냥하는 게 아니고 아마 1주일이 지나면 굉장히 우리 당 쪽에서 걱정을 많이 할 거다. 왜냐하면 꼭 먹어야 할 쓴 약을 조제해서 여러분들이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바른 길을 찾아가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날 오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마주친 데 대해선 "오늘 대통령하고 만나서 대화했느냐고 묻던데 손도 못 잡아봤다"고 일축했다. 혁신위 인선에 윤 대통령과 당에 대해 쓴소리를 해온 인사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제가 쓴소리를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 중 다수가 내년 총선 출마 후보군인데 대해 "불출마 약속은 받은 것 없다. 그냥 좋은 사람들로 인재 풀을 만들었다"며 "그것은 너무 앞서 나가시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것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이라는 것은 지을 때 기초를 잘 다져야 한다. 도덕적인 기초, 원칙"이라며 "(혁신위는) 당이 바른 기초를 가지고 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고, 제가 공천까지 앞서나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박정하 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공천(준비 작업)과 혁신은 교집합 같은 지점이 있고 무 자르듯 자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공천에서 가장 기본적인, 혁신을 위한 공천 방향 등은 고민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공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 달라"고 설명했다. 인 위원장은 옆에서 이를 듣고 있다가 "정확하다"고 확인했다.
다만 인 위원장은 임명 첫날 언급한 "통합"에 이어 이날은 "소통"과 "희생"을 중요한 방향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희생"을 세 차례 연달아 언급하며 그는 "기회는 이번 한 번"이라고 비장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공천 혁신과 연관지어 보면 다선·중진들의 험지 출마나 불출마 등을 촉구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인 위원장은 한편 여야 정당 혁신위들이 위원장 개인의 도덕성 문제나 설화 등으로 좌초된 과거 사례를 의식한 듯 "타 당이 저희 병원에 연락해서 내가 징계를 받았느냐, 무슨 함부로 한 행동이 있느냐 이런 것을 공문으로 보냈더라"며 "제가 굉장히 흠잡을 게 많지만 저에 대한 흠집, 저에 관한 게 중점이 돼서는 안 되고, 제가 실수도 많이 할 것이지만 저는 그 (실수를) 인정하고 넘어갈 수 있는 용기가 있다. 그건 확실히 약속한다"고 말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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