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60억 집 해준다” 전청조, 과거 ‘결혼 빙자’ 사기 수법
전 여자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와 결혼을 발표한 사업가 전청조(27)씨가 다수의 사기 전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에만 최소 7차례 피해자들에게 사기로 돈을 갈취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특히 같은 해 8월부터 12월까지는 ‘데이팅 앱’을 통해 3명의 남성을 잇달아 만나 총 7000만원을 뜯어냈다.
25일 온라인상에서는 전씨가 데이팅 앱으로 만난 피해자 중 한 명인 A씨의 친구가 작성한 글이 화제였다. 이 글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결혼을 하겠다며 지인들에게 전씨를 소개했다. 당시 A씨는 친구들에게 전씨를 ‘돈이 굉장히 많은 사업가’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문제는 ‘돈 많은 사업가’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A씨가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시작됐다. 친구들은 수상함을 느끼고 A씨를 전씨와 떨어뜨려 놓으려 했지만, A씨가 가는 곳에는 항상 전씨가 붙었다. 친구들이 A씨를 불러내도 나오지 않았고, 전화를 걸어도 전씨가 대신 받았다.
결국 A씨 어머니마저 이상함을 감지, 친구들에게 전씨에 대한 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친구들이 알게된 건 전씨가 결혼 명목으로 ‘예비 시아버지’인 A씨 아버지 명의 카드를 받아 흥청망청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전씨는 ‘한도 초과’로 승인 거절이 될 때까지 A씨 아버지 카드를 사용했다.
조선닷컴 취재 결과, 이는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의 1심 판결문에 기재된 범죄 일람표에 따르면 전씨는 A씨 부친 명의 카드로 총 1200만원 상당을 긁었다. 한도 초과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2020년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불과 5일이었다. 전씨는 이 기간 작게는 1만원대, 크게는 400만원대까지 A씨 부친 카드를 썼다.
구체적인 카드 내역을 보면, 이를 ‘결혼 준비’라고 보기 어렵다. 1월 21일에만 잠실의 한 백화점에서 500만원 이상을 긁었다. 1만2000원짜리 영화 티켓을 사고, 9만원어치 밥을 먹는데도 전부 A씨 부친의 카드를 사용했다. 25일에는 애견샵에서 200만원을 주고 개를 분양받기까지 했다.
전씨의 이 같은 행각은 재판에서도 사기 혐의로 인정됐다. 인천지법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전씨는 “나랑 결혼하자. 함께 살 집에 가구가 필요하니 카드를 주면 내가 사용하고 (돈을) 갚겠다”고 거짓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전씨)은 피해자로부터 카드를 받아 생활비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이었다며 “일정한 수입과 재산이 없어 카드를 사용하더라도 대금을 정상적으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은 없었다”고 명시했다.
전씨가 과거 “남자친구와의 혼전 임신으로 돈이 필요하다”며 남자친구 주변인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도 입수했다. A씨 친구가 제보한 파일에 따르면, 전씨는 “(A씨와) 저랑 사고쳤고 그래서 애가 생겼다. 그러면 결혼해서 같이 함께 살아가려면 집도 있어야 하고, 아이를 키울 만한 서로의 능력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건 A씨 탓이라고 했다. 그는 “저희 어머니가 집을 사주려고 하는 게 한남동에 60억, 70억 된다”며 “A씨가 15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더니 잠수를 탔다”고 했다. 혼인신고 여부를 묻는 친구의 질문에는 “저희 했다. 했으니까 제가 지금 이러고 있다”고 답했다.
녹취 파일 속 전씨는 명확한 목소리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주장한다. 전씨에게 속았다는 이들은 그간 여러 매체를 통해 “전씨가 말을 너무 잘해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었다.
전씨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저라는 사람의 대한 이야기나 악의적, 허위 내용을 담은 게시글 등으로 인해 허위 사실이 유포될 경우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라며 “기자님들은 직접 저에게 메시지를 달라”고 했다. 이에 따라 조선닷컴은 전씨에게 메시지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현재 전씨는 남현희를 스토킹한 혐의로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가 석방된 상태다. 26일 오전 1시 5분쯤 남현희 모친의 집에 찾아가 여러차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 혐의다. 남현희가 이별통보한 후 전씨가 찾아왔다고 한다. 경찰은 전씨 체포 후 신원조회를 하는 과정에서 주민등록상 뒷자리가 ‘2′로 시작하는 여성인 사실을 확인했다.
전씨는 “며칠간 잠도 못 잤다”며 고통을 호소해 경찰은 기초적인 사실관계 조사 후 전씨를 석방했다. 경찰은 남현희에 대해 스토킹 피해자 긴급 응급 조치를 했으며 조만간 스마트워치를 지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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