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군 척왜항전 기념일 10월16일로 따로 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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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에서 전봉준 등 항일 무장투쟁을 한 동학군 지도자에게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수여할 수 있게 하고 그 유족에게도 취업 가산점 등 일정한 혜택을 주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보다 1년 전 갑오년에 동학군을 이끌고 일본군에 항전을 전개한 전봉준 등을 아무런 타당한 이유 없이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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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이상면 | 서울대 명예교수(국제법)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에서 전봉준 등 항일 무장투쟁을 한 동학군 지도자에게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수여할 수 있게 하고 그 유족에게도 취업 가산점 등 일정한 혜택을 주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애초에 독립유공자의 서훈 자격을 을미(1895)년 명성왕후 시해로 일어난 의병운동 참여자까지 한정한 것이 문제였다. 그보다 1년 전 갑오년에 동학군을 이끌고 일본군에 항전을 전개한 전봉준 등을 아무런 타당한 이유 없이 무시했다.
역사를 잘 모른 채, 동학군이 관군·일본군과 싸웠다고 해서 농민의 반봉건 항쟁으로 비롯된 동학전란이 국권 회복을 위한 의병 독립운동이었느냐고 묻는 이가 있어서 안타깝다. 동학전란은 갑오(1894)년 봄에 전라도에서 일어난 반봉건 항쟁과 그 무렵 조선에 불법 진입해 국권을 침탈한 일본군 및 그들의 꼭두각시(괴뢰) 관군과 싸운 척왜항전 두 겹으로 돼 있다. 반봉건 항쟁은 전봉준 등이 보국안민의 기치를 내걸고 3월20일 전북 무장에서 일어나 황토현과 황룡천에서 관군과 싸워 승리한 데 이어 4월27일 전주성을 점령해서 극에 달했다.
그에 놀란 조정이 청국군을 불러들여 진압하려고 하자 일본군이 덩달아 진입해서 청국군과 맞서다가 6월21일 경복궁을 점령해서 국왕을 포로로 잡고 관군을 무장 해제시켰다. 일본군은 이어서 청국군을 공격해서 두 달 만에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대륙 침략에 들어갔다.
청국을 믿었던 남접 전봉준은 9월10일 다시 동학군을 일으켰고, 북접 교주 최시형도 9월18일 총동원령을 내렸다. 북접군은 9월24일 청주산성을 점령해 무기를 탈취했고, 남접군은 10월24일 공주를 공격해서 일본군 및 그들의 괴뢰가 된 관군과 항전에 들어갔다. 일본군 정예 대대는 괴뢰 관군을 앞세우고 동학군 30만 명을 죽여 동학 씨를 말리는 작전을 전개했다.
그 뒤 일본은 조정의 목을 틀어쥐고 온갖 만행을 저지르다가 1910년 형식적인 합방을 했다. 그러니 일제강점기는 갑오(1894)년 6월21일 경복궁을 점령당해 국왕이 포로로 잡히고 관군이 무장을 해제당한 때부터 이미 시작한 것이었다. 그때 동학군이 반봉건 항쟁을 접고 일본군 및 그 괴뢰 관군과 항전을 벌였는데 그것이 국권 회복을 위한 의병 독립운동이 아니란 말인가?
청나라는 일본에 패전해서 대만을 빼앗겼고 무역액 7년 치에 달하는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다가 1911년 멸망했다. 조선도 일본의 지배를 받다가 그 무렵 합방돼 노예 상태에 들어갔다. 척왜항전은 여러모로 300년 전 임진왜란에 비견되니 갑오왜란이라고 불러도 좋다.
실로 갑오년 가을 척왜항전은 규모로 보나 희생자 수로 보나 그해 봄 반봉건 항쟁보다 수천 배나 컸다. 그런데도 우리는 동학군이 황토현에서 관군을 이긴 양력 5월11일(음력 4월7일)을 동학농민혁명 기념일로 정해놓고, 정작 척왜항전은 일제가 말하는 대로 동학군의 2차 봉기라고 치부하며 소홀히 취급해왔다. 지금이라도 척왜항전 지도자를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부여해야 한다.
척왜항전은 반봉건 혁명운동과 성격이 다르니, 황토현에서 관군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과 별도로 척왜항전 기념일을 따로 정해야 한다. 동학교단이 총동원령을 내린 음력 9월18일이 양력으로 10월16일이고, 음력 10월16일은 남·북접 동학군이 논산에서 모여 항전을 선언한 날이니 10월16일을 척왜항전 기념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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