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붕괴 6개월…숙련기술자 양성 안하면 또 사고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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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무량판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6개월이다.
연이어 철근 누락 부실이 드러났지만 아직도 정부나 업계가 내놓은 실질적 대안들은 보이지 않는다.
몰라도 시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알면 숙련기술자로서 훨씬 더 섬세하고 튼튼하게 시설물을 지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숙련기술자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별 로드맵이 없었다 치더라도 앞으론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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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김용학 | ㈔한국건축시공기능장협회 부회장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무량판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6개월이다. 연이어 철근 누락 부실이 드러났지만 아직도 정부나 업계가 내놓은 실질적 대안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뭉개다가는 그냥 묻혀서 언제 그런 사고가 있었나 싶게 다시 되풀이되고 말 것이다. 장담컨대, 분명 그럴 것이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체감도 또한 잠시 뜨끔할 뿐, 사고 전이나 후나 별반 다르지 않음이 다가올 사고를 예견하게 한다.
현장은 늘 부산하다. 새벽부터 기존 기능공들의 머릿수 헤아릴라, 새로 나온 사람의 건강 상태 확인해서 안전 교육장 보낼라, 전체 안전 체조할라, 또 안전 점검하는 툴박스미팅(TBM) 활동할라, 정신이 쏙 빠진다. 현장의 하루를 무사히 보내기 위한 워밍업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품질은 없다. 온통 다치면 안 된다만 있고, 물이 새면 철근을 부식시켜 붕괴의 원인을 제공하니 방수시트 이음을 철저히 하라는 등의 구체적 품질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다.
이뿐 아니라 공정별 책임자 회의에서조차 “한시가 급한데 왜 사람 수급을 못 해”라는 공정만 있을 뿐, “이건 이런 방법으로 하는 게 더 났겠죠”라는 품질은 없다. “현장에 나가 보니 비숙련 외국인들만 있고 책임자는 없던데 어떻게 품질을 담보할 수 있냐”는 통제도 없다.
모든 시설물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돼 있다. 견실 시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사고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시설물이 건설기능인들의 손끝 기능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기획, 설계, 감리가 아무리 촘촘한들 기능인들의 숙련도가 떨어지면 좋은 시설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함에도 실상 우리 기능인들은 견실 시공을 위해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여태껏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 본 적도 배운 적도 없기 때문이다. 궁금하지만 배울 수 있는 곳도 없어 왜 이 일을 이런 방법으로 하고 있는지 기초적 이론 없이 그냥 해 온 것이다.
건설 근로자들은 국민의 쾌적하고 안전한 삶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게 된다. 그러함에도 이들을 교육해 더 나은 시설물을 짓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나 사업주의 고려가 없다. 직업 윤리도 가르치고, 기능 향상을 위한 교육도 받게 해야 하며, 때마다 보수교육도 받아서 견실 시공하게 해야 함에도 그냥 방치하고 있다. 어찌 보면 건설기능인의 일은 몰라도 시키면 할 수 있는 일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큰 오산이다. 몰라도 시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알면 숙련기술자로서 훨씬 더 섬세하고 튼튼하게 시설물을 지을 수 있다.
이젠 건설 근로자들에게도 숙련기술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숙련기술자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별 로드맵이 없었다 치더라도 앞으론 만들어야 한다. 노력 여하에 따라 경제·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성장의 사다리가 절실하다. 이는 체계적 교육시스템 구축,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역량 구분, 역량에 맞는 확실한 혜택을 주는 제도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체계적 교육시스템의 구축과 제도로서의 적용은 시급한 일이다. 교육시스템은 이론을 바탕으로 직업 윤리와 기본 기능을 몸에 배게 함으로써 건설 근로자가 숙련기술자로 성장하는 바탕이 돼 줄 것이다. 숙련기술자는 현장에 진입하는 기능인을 교육하고, 안전·시공·공정·품질·환경을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일을 잘하는 사람이 관리도 할 수 있게 하는 현장 운영이 견실 시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래야만 현장의 하루하루가 정밀 시공으로 이어진다. 결국 건설산업을 튼튼히 만들 것이고, 최종적으로 국민의 안전한 주거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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