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사로잡았던 말초적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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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피터 블래티가 '메릴랜드 열네 살 소년의 악마 빙의 사건'을 소재로 쓴 첫 장편소설.
엑소시즘이라는 개념을 처음 대중적으로 알리며 북미 대륙에 충격을 몰고 온 이 작품은 1973년 영화로 제작되어 할리우드 최고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며 사회적 열풍을 일으켰고, 그 해 오스카상 각색상, 골든 글로브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한편 과거 이미 엑소시즘 의식에서 악마 파주주와 맞섰던 경험이 있는 메린은 좀더 본질적인 측면에서 그를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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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장르를 넘어선 불멸의 오컬트 호러 스토리
엑소시스트 (윌리엄 피터 블래티 지음 /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504쪽 / 1만 8000원)
윌리엄 피터 블래티가 '메릴랜드 열네 살 소년의 악마 빙의 사건'을 소재로 쓴 첫 장편소설. 엑소시즘이라는 개념을 처음 대중적으로 알리며 북미 대륙에 충격을 몰고 온 이 작품은 1973년 영화로 제작되어 할리우드 최고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며 사회적 열풍을 일으켰고, 그 해 오스카상 각색상, 골든 글로브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라크 북부, 유물 발굴 현장에서 괴이한 악마 형상의 조각을 발견한 노신부 메린은 오랜 적 파주주(메소포타미 신화 속 바람의 신이자 악마)가 다시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 열한 살 딸 리건과 살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맥닐의 집에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 알 수 없는 힘에 사방으로 요동치는 침대, 한겨울 바깥처럼 냉기가 감도는 방안, 얼굴을 흉측하게 일그러뜨리며 성인 남성의 목소리로 욕설을 퍼붓는 소녀. 의사들은 신경질환의 일종으로 진단하지만 각종 치료로도 딸의 상대가 나아지지 않자 크리스는 의학 대신 종교의 도움을 구한다. 정신의학을 전공한 예수회 사제 데이미언 캐러스는 어머니의 죽음 후 믿음에 회의를 느끼던 차에 크리스의 청을 받고 고민하지만, 몇 번 소녀를 대면하는 사이 그 안에 또다른 존재, 사악한 무인가가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고, 과거 엑소시즘 경험이 있는 메린과 함께 구마 의식을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엑소시스트에서 악마에 맞서 분투하는 두 사제, 메린과 캐러스는 각각의 방식으로 신앙과 신념을 지키고 있는 인물들이다. 정신과의사로서 동료 사제들의 상담사 역할을 해온 캐러스는 아픈 어머니를 방치한 채 홀로 죽음을 맞게 한 것에 지울 수 없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응답 없는 기도는 믿음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딸에게 씐 악마를 쫓아달라는 크리스의 요청을 받고도 그 존재를 확신하지 못하고 결정을 미룬다. 실제로 과거 악마 빙의의 증거로 여겨졌던 많은 현상이 조현병, 간질, 틱 장애 등 의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병증임이 밝혀진 바, 악령의 존재를 쉽게 믿지 못하는 캐리스의 갈등은 보이지 않는 신의 은층을 갈구하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다. 한편 과거 이미 엑소시즘 의식에서 악마 파주주와 맞섰던 경험이 있는 메린은 좀더 본질적인 측면에서 그를 설득한다. 구마 의식을 선함, 즉 인간다움을 되찾으려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2000년 공개된 영화 감독판 '엑소시스트-디랙티스 컷'에는 개봉 당시에는 불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삭제되었던 두 신부의 대화 장면이 더해졌다. 악령의 목적이 리건 한 사람만이 아니라 관계된 모든 이들의 신을 부정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메린의 대사는 소설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2011년 소설 출간 40주년을 맞아 기념판을 내면서 작가는 캐러스의 꿈 장면을 적지 않은 분량으로 추가했다. 뤼카라는 이름의 신부가 찾아와 엑소시즘을 실행하려는 그의 결단이 신성모독으로 이어질 수 있을뿐더러 맥닐 모녀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선과 악, 신앙과 불신 사이에서 고뇌하며 올바른 결말을 찾아가려는 그들의 결단을 이 책에서 좀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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