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법인 카카오' 檢 송치…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빨간불'
SM엔터 인수때 시세조종 혐의
김범수는 송치 대상 제외됐지만
별도 조사 뒤 구속영장 가능성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 받으면
카카오뱅크 경영권 포기해야
카카오 법인과 경영진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두고 하이브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SM엔터 주식 시세조종을 했다는 혐의다. 카카오가 이로 인해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카카오뱅크 경영권을 포기해야 한다.
○“전문가 자문 거친 고의적 범죄”
26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해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 등 세 명과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특사경에 따르면 배 대표 등은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고가 매수 주문, 종가 관여 주문 등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을 사용하고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가 있다. 특사경이 3월 조사에 들어간 지 약 7개월 만이다.
소환 조사를 받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이번 검찰 송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감독당국 안팎에선 특사경이 김 센터장을 더 조사한 뒤 따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위해 배 대표 등을 별도 송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사경은 “SM엔터 시세조종은 금융전문가그룹(집단), 법률전문가그룹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해 이뤄졌다”며 “배 대표 등이 법무법인에 범행 수법과 은폐 방법을 자문하기도 했다”고 했다. 특사경은 “시세조종 과정은 회사 안팎의 통제를 받지 않은 채 비공식적 의사결정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며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의 내부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뱅 대주주 적격성 빨간불
특사경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에 양벌규정을 적용했다. 대표나 경영진이 법을 위반하면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제도다.
카카오 법인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이 확정되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를 잃을 수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한 대주주 기업이라서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한 산업자본은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나머지 13명 ‘누구’
특사경은 이날 카카오의 시세조종과 관련해 조사 중인 피의자가 18명에 달한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이 가운데 5명을 우선 송치한 것이라며 나머지 13명의 피의자도 추가 송치를 예고했다.
이 중엔 장철혁 SM엔터 대표를 비롯해 이성수 최고A&R책임자(CAO), 탁영준 최고운영책임자(COO), 장재호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SM엔터 경영진 4명도 포함됐다. 2월 SM엔터 인수전에서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와 대립각을 세운 이들이다.
2월 자사와 관계사 펀드를 통해 SM엔터 주식을 대량 매집한 PEF 원아시아파트너스도 피의자 선상에 올랐다. 일각에선 원아시아가 조성한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해 자금줄 역할을 한 고려아연으로까지 피의자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금감원 특사경이 “나머지 피의자의 시세조종 공모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신속하게 수사해 추가 송치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데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특사경과 이복현 금감원장 등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어조로 수사·조사 내용을 공개했다”며 “정황 증거 등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특사경 관계자는 “아직 재판 등 절차가 남았지만,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유지 등을 위해 주요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특사경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함에 따라 카카오 법인 등에 대해선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가 수사를 이어가게 된다. 이날 카카오는 3.34% 내린 3만7650원에 장을 마쳤다.
선한결/차준호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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