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투명경영 의지'…사외이사에 힘 싣는다

황정수 2023. 10. 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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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

삼성전자는 이를 반영해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을 넘어 사외이사의 위상·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시행해왔다.

삼성전자는 2017년 4월 기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선임 사외이사제 도입 등 '투 트랙'으로 경영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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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가 이사회 의장 겸직 많아
선임 사외이사가 경영진 견제
국내 기업 전반으로 확산될 듯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론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반영해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을 넘어 사외이사의 위상·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시행해왔다. 2018년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선임 사외이사 제도 도입은 JY표 ‘투명 경영 철학’의 화룡점정으로 평가된다. 이사회 의장을 외부에 개방하는 게 불가능한 경우에도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선 삼성의 이사회 경영 강화를 위한 노력이 국내 기업 전반에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외이사 권한 지속 강화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 주요 계열사는 2014년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4월 기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사외이사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선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사내이사를 배제했다. 2018년 3월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2020년 2월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날 전격 도입한 선임 사외이사제는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에 맞먹는 강력한 경영진 견제 장치로 평가된다. 선임 사외이사는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청하고 ‘사외이사 회의’를 소집할 권한을 갖게 된다.

○투명 경영 강화 목표

국내 산업계에선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사례가 많다. 반면 사외이사 권한을 사내이사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보장하는 기업은 적다. 컨설팅업체 삼일PwC의 ‘2022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304개 비금융 상장사 중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곳은 14%, 선임 사외이사를 선임했다고 공시한 기업은 5%에 불과하다.

삼성의 선임 사외이사제 도입은 이 회장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투명 경영’을 통해 외부의 조언을 듣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1년 전 회장 취임 때도 상법상 의무가 아닌 이사회 승인을 받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 주요 계열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글로벌 표준’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비율이 2022년 기준 36%고, 68%의 기업이 선임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예컨대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 선임 사외이사인 아서 레빈슨이 중심이 돼 이사회를 이끌면서 후임 최고경영자(CEO)로 팀 쿡을 선임했다. 쿡 CEO 역시 나이키의 선임 사외이사 겸 보수위원회 위원장이다.

○내부 견제와 균형 강화 노력

삼성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선임 사외이사제 도입 등 ‘투 트랙’으로 경영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 않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선임 사외이사제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산업계에선 삼성의 선임 사외이사제 도입이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기준·모범사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법적 의무와 상관없이 내부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것을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선임 사외이사제

사외이사회를 소집·주재하고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선임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두는 제도.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기업에서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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