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들여다보다 [내책 톺아보기]

파이낸셜뉴스 2023. 10. 2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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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박소진이 소개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

'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내책 톺아보기'는 신간 도서의 역·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박소진 /믹스커피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에는 한 응답자가 검사자가 부르는 단어들에 대해 연상되는 단어를 대답하는 장면이 있다. 그는 '가족'에서 시작해 '한 가구', '섹스', '남자'에 이르는 단어의 변화로 말을 이어간다. 이에 검사자는 연상어만 기록할 뿐 아니라 반응 시간, 특이한 연상어, 말더듬, 얼굴 붉힘 등의 현상까지 함께 관찰한다.

영화 속 연구에서는 심장박동, 피부 전기반응 등 정서 반응 지표들도 측정한다. 특정 단어들에 대해 반응 시간이 길거나 정서적으로 되는 것을 관찰할 때 어떤 콤플렉스가 건드려졌음을 추측해낸다.

영화에 등장한 이 기법은 심리학에서 자주 활용되는 '단어 연상 검사'다. 이 기법에서 발전한 기법이 바로 'SCT(Sentence Completion Test)'인데, 문장완성검사는 30~50개로 구성된 미완성 문장을 피검자가 완성하도록 하는 검사다. 이 검사를 통해 피검자가 현재 우울하거나 갈등 상황에 놓여 있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 다른 검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면, SCT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심리검사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가장 강력한 도구로 인지돼 왔다. 수십년간 구두를 닦아온 구둣방 사장님은 그 사람이 걷는 자세나 구두굽의 어디가 닳았는지만 보아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구둣방 사장님은 오랜 기간 누적된 자신만의 노하우와 경험을 통해 사람에 대한 인상과 정보를 처리함으로써 예리한 통찰을 끌어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놀라운 능력이나 경험을 지지하는 논리적이고 이론적인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심리검사는 심리이론과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결과를 믿고 신뢰할 수 있다. 심리검사의 도구들은 제작되는 데 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이 검사를 실시하고 평가하는 전문가도 오랜 시간의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인고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즉 심리검사라는 도구는 마법의 상자가 아니고 심리검사 전문가도 마술사가 아니다.

이런 일련의 검사 결과를 통해 피검자를 이해하고 필요에 따라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치료하게 된다. 검사를 통해 피검자가 가지고 있는 성격·지능·적성·심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피검자 자신도 모르는 문제들이 드러나게 된다.

나 역시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게 되고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들을 보면서 희열을 느낄 때도 많았다. 심리학 관련 분야에 있는 사람 중에서도 심리검사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객관적·종합적·체계적인 평가와 판단 근거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심리검사의 종류는 다양하며 측정하는 내용도 각각 다르다는 점에 있다. 검사를 통해 피검자가 가지고 있는 성격·지능·적성·심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피검자 자신도 모르는 문제들이 드러나게 된다. 이에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심리검사다. 객관적·종합적·체계적인 평가와 판단 근거가 있으면서 이를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심리검사가 중요한 이유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가족조차 서로를 전혀 모르기도 하며, 오랜 친구나 지인에게 속거나 배신을 당하기도 하면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들 말한다. 그만큼 다른 사람의 심리를 알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은 심리검사에 대한 지식에 편중되기보다는 임상 현장에서 경험한 사실을 기초로 실제적인 심리검사 이야기를 담는 데 주력했다. 그간 전문가의 영역에 있었던 심리검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간다면, 타인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에 지표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소진 한국인지행동심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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