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손에 쥔 연금 60만 원, 배고플 수 밖에.. ‘영끌’로도 부족해 “일 안할래야”
‘18~59세’ 5명 중 1명.. 가입 않기도
통계청 ‘포괄적 연금 통계’ 발표에서
월평균 60만 원, 최저생계비 밑돌아
“연금 받으며 일해야” 겨우 생계 유지
대접받고 살지는 못 할망정, 입에 풀칠은 제대로 하고 살 줄 알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국민연금이며 기초연금 등 이것저것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것의 준말)’해도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쳐 자의반 타의반 일터를 찾아 나서야 하는 현실입니다.
정작 연금이라고 손에 쥔 건 60만 원. 65세 이상 평균수급액이 최저생계비 절반이 안됐습니다. 65세 이상 대상자 중 10명 중 1명은 아예 아무 연금 혜택도 없었습니다.
18~59세 내국인 5명 중 1명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 연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수급자와 수급률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공백이 많은데다 개인연금부터 퇴직·주택·농지연금 등 공적연금을 보완할 다층연금체계가 갖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수급 비율은 전체 5% 수준에 그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낮은 소득대체율로 인해 생계 유지가 쉽지 않고 빈곤에 시달리면서, 고령화에도 재차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실정입니다.
■ 수급자·수급률은 증가.. 90% “어쨌든, 연금 받는다”
오늘(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2021년 포괄적 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내국인 862만 명 가운데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직역연금 등 연금을 1개 이상 수급한 연금 수급자는 776만 8,000명으로 전체 90.1%로 집계됐습니다.
포괄적 연금 통계는 국민‧기초‧장애인‧주택‧농지연금 등 11개 연금을 모두 아우른 것으로, 국내에서 포괄적 연금 통계가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금 수급자는 2016년 589만 7,000명으로 87%를 기록했는데, 이후 매년 수급자와 수급률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금을 받지 않는 65세 이상 인구는 2021년 85만 2,000명으로 미수급률은 9.9%이었습니다.
연금을 2개 이상 수급한 중복 수급률은 34.4%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시에 받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초연금은 가구 소득액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경우 지급됩니다.
■ 최저생계비 124만 원... “평균수급액 절반도 안돼”
하지만 이같은 연금 수준은 노후 대비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줄을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사람, 중위의 연금 수급액은 38만 2,000원에 그쳤습니다. 2023년 기준 1인 가구 최저 생계비(124만 6,635원)를 감안하면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2인 가구 207만 3,693원인 점을 감안해도 부족하기만 합니다. 연금 통계 기준 시점인 2021년 이후 물가 상승세에 따라 평균 연금액이 높아진 걸 감안하면, 가구 기준으론 절반이 안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전체 연금 수급자들이 받는 월평균 수급 금액이 1년 전보다 6.7% 증가했지만, 60만 원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최저 생계비 절반에 못미치고, 25만 원 미만(21.1%)까지 포함하면 50만 원 이하 연금 수급자가 절반 이상(64.4%)에 이릅니다. 수령액을 100만 원 이하까지 확대하면 그 비중은 89.1%까지 높아집니다.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 평균 수급액은 78만 1,000원인 반면, 여성 평균은 44만 7,000원에 그쳤습니다.
또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연금 수급액이 달라졌습니다.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연금 수령액이 많아져 12억 원이 넘는 집을 보유한 경우 월평균 155만 3,000원을 받은 반면 무주택자는 47만 2,000원으로 3배 이상 차이를 보였습니다. 무주택자만 해도 최저 생계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 고령층 취업률 상승.. “생계 유지 등 영향”
나이가 많을 수록 연금 수급액도 적었습니다. 65~69세는 월평균 70만 8,000원을 받은 반면, 80세 이상은 47만 2,000원으로 수급액이 33%이상 적었습니다. 매달 연금액이 50만 원이 안되는 수급자도 전체 64.4%에 달했습니다.
가구별로 수급가구의 월평균 수급금액은 2인 가구 90만 7,000원, 1세대인 부부 가구의 경우 105만 7,000원, 주택소유가구 88만 7,000원, 세종지역이 90만 3,000원 등으로 비교적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래도 최저 생계비 수준에 닿지는 못했습니다.
이처럼 최저 생계비 절반에도 못미치는 연금 수준에, 생계 유지가 어려워지는 처지가 되면서 고령층 취업률도 상승세로 파악됩니다.
60세 이상 고용률은 지난 9월 47.0%로 전년(46.1%) 대비 0.9%포인트(p) 올랐습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35만 4,000명 늘었고, 전체 취업자 증가(30만 9,000명) 수준을 웃돌았습니다.
다만 직역연금, 즉 특정 직업이나 자격에 따라 연금 수급권이 주어지는 공무원연금·사립학교 교직원연금·군인연금·별정우체국직원연금 등의 경우는 연금 보험료를 많이 내고 수급액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역연금 가입자는 매달 81만 4,000원을 냈고 수급액은 254만 4,000원에 달했습니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매달 21만 3,000원을 내고 62만 4,000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60만 원을 더 내고 192만 원을 더 받는 셈입니다.
■ 사적 연금 등 부실.. 연금액 낮추기도
연금 수급액이 낮은데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부실한 사적 연금도 주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2021년 연금 수급자 777만 명 가운데 퇴직이나 개인, 주택, 농지 등 사적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41만 6,000명으로 전체 5% 수준에 그쳤습니다.
특히 퇴직연금 수급자는 9,000명에 불과했습니다.
가입자로만 보면 726만 6,000명으로 국민연금 다음으로 많지만 90% 이상이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받아가면서 사실상 ‘연금화’가 이뤄지지 않는게 주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급액 수준은 공적 연금을 뛰어넘었습니다. 퇴직금 수급자들의 월평균 수급액은 221만 원, 중위수는 60만 원으로 개인연금은 월평균 57만 8,000원, 주택연금은 113만 원, 농지연금은 126만 6,000원으로 국민연금(38만 5,000원), 기초연금(27만 3,000원) 등 공적연금보다 높았습니다.
이같은 노인층 연금 부족에 따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노인 일자리 공급과 기초연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기초연금을 32만 3,000원에서 33만 4,000원으로 인상하고, 노인 일자리를 14만 7,000개 늘려 103만 개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단지 기초연금과 노인 일자리 등 정책 대안에 기대서만 최저 생계비 문제를 해결하는건 무리”라면서 “주택연금과 농지연금 등 대체 연금 등을 통한 자구책을 마련하는데도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 10명 중 1명 “연금 없어”.. 여유 있어 가입 않기도
가구원 합계 월평균 보험료는 51만 1,000원으로, 1년 전보다 0.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성별로 보면 2021년 65세 이상의 연금 수급률은 남자가 94.9%로 여자(86.4%)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외에 85만 명(9.9%)은 받는 연금이 아예 없었습니다. 고령자 10명 중 1명은 연금을 받지 않고 생계를 이어간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18~59세 내국인 3,013만 명 가운데 연금 가입자는 2,373만 명(78.8%)으로, 이 가운데 640만 명(21.2%)은 가입한 연금이 아예 없었습니다. 국민 10명 중 2명, 즉 5명 중 1명 꼴로 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통계층은 미수급자에는 취약계층도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여유가 있어 연금을 수령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추가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전했습니다.
연금 가입자의 1인당 월평균 보험료는 32만 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고령층 특성 감안, 제도 마련도 필요”
통계청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수급자와 수급률이 증가하는 부분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했습니다.
2016~2021년 연금 수급자 월평균 수급 금액 현황을 보면 연금 가입자 중 25만 원 미만 수령 수급자는 2016년 56.1%에서 2021년 21.1%로 줄고, 25~50만 원 수령자는 2016년 27.6%에서 43.3%로 올라섰습니다. 100~200만 원 수령자와 200만 원 이상 수령자는 2016년 3.4%, 3.7%에서 2021년 6.1%, 4.9%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2050년부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사적 연금 효용성 향방에 다소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상황입니다. 고물가 추세, 즉 인플레이션 방어가 쉽지 않고 목돈 등 마련을 위해 중도해지나 일시지급으로 돌리기 쉽다는게 한 요인입니다.
해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고령층 특성을 감안할 때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도 나온 바 있습니다.
관련해 주택연금 가입자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로,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국회 교통위원회 서범수 의원(국민의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1만 723건으로, 2021년 같은 기간(7,546건)과 비교해 4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주택연금 가입 문턱이 더 낮아진 지난 12일 이후는 신규 가입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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