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소아·분만 진료에 연 3000억 건보재정 투입
정부가 소아 진료 및 산모의 분만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에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정책수가(의료행위 대가)를 지원한다. 저출생 여파 및 저수익 등의 이유로 최근 소아청소년과 의원 및 전문의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분만 진료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오후 ‘2023년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소아진료 정책가산 신설, 분만 수가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의결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소아청소년과’를 표방하는 요양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6세 미만 소아환자를 초진 진료할 때 정책수가가 지원된다. 정책 가산금은 1세 미만 초진 땐 7000원, 1세 이상~6세 미만은 3500원이 지원된다. 올해 의원 기준 초진 진찰료는 1만7320원이다. 의원 기준 1세 미만 소아를 진료하면 40%의 가산 수가를 받는 셈이다.
환자 입장에선 진찰료 청구 기준으로 1세 미만은 400원(의원)~1400원(상급종합병원), 1세 이상~6세 미만은 700원(의원)~1500원(상급종합병원)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은 2022년 3만4958곳으로 2019년 대비 2467곳이 늘었다. 이 기간에 소아청소년과는 92곳이 줄어 지난해 2135곳이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18년 100%에서 지난해 27.5%, 올해 25.5%로 감소했다.
소아진료 정책수가는 내년 1월부터 신설되며 소요 재정은 연간 300억원으로 추산된다.
복지부는 또한 연간 26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분만 수가를 대폭 인상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분만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은 지난 10년 동안 36.7% 감소했다. 특히 지역 내 분만 진료 실태가 열악해 ‘지역수가’를 신설한다. 특별·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전 지역의 의료기관에 분만 건당 55만원을 보상한다. 안정적인 분만 진료를 위해 안전정책수가도 도입한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근하고 분만실을 보유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분만 건당 55만원을 추가로 보상한다.
산모가 고령이거나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 적용하는 고위험분만 가산을 현재의 30%에서 최대 200%까지 확대한다. 상시 분만실 내 의료진 대기가 가능한 기관에 대해서는 응급분만 정책수가(55만원)도 지원한다. 분만 수가 개선 사항은 다음달 중 건강보험 고시 개정을 거쳐 오는 12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날 건정심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뇌졸중 진단을 보조하는 혁신의료기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비급여’ 항목에 등재돼 당장 급여가 지급되진 않지만 의료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게 돼 AI 의료기술의 상용화를 인정한 첫 사례다.
건정심을 통과한 기술은 국내 AI기업이 개발한 ‘자기공명영상을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허혈성 뇌졸중 유형 판별’이다. 뇌경색 환자의 뇌졸중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는 기술이다.
복지부는 또 디지털 치료기기가 정신질환이나 만성질환을 대상으로 외래 진료 시 사용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의료진에 대한 ‘처방료’와 사용 완료 후 ‘효과평가료’ 수가를 신설한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치료기기를 말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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