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데뷔 후 최고의 시즌? 올해는 내년을 위한 과정이죠"
통산 7승중 올시즌 3승 몰아쳐
다승 공동선두에···상금도 2위
과감한 스윙 교정으로 자신감↑
"9년 뒤엔 최소 10승 이뤘으면"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출신 박지영(27·한국토지신탁)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통산 7승 중 2023 시즌에만 3승을 몰아쳐 데뷔 후 첫 멀티 우승을 기록하고 있고 다승 공동 선두로 다승왕까지 넘본다. 상금 2위(9억 6500만 원), 평균 타수 3위(70.97타)로 주요 부문에서 상위에 올라 있다. 특히 9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는 통산 40번째 메이저 대회 도전 끝에 ‘메이저 퀸’ 타이틀까지 따냈다. 데뷔 9년 차에 최고의 시즌을 맞았지만 내년이 더 기대된다는 박지영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고정 코너 ‘18문 18답’을 통해 만났다.
-2023년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해일 것 같아요.
△성적으로만 따지면 잘되고 있는 해가 맞아요. 그만큼 저 스스로 발전하고 싶어서 올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죠. 솔직히 언제 또 이렇게 쳐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그래도 루키 시즌에 비해 매년 계속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데뷔 후 첫 다승이에요. 올 시즌 4승 기대해도 될까요.
△또 우승이 나오면 물론 좋겠지만 올 시즌에 내년을 바라보고 제 스윙의 가장 큰 틀을 바꾸는 중이에요. 그래서 우승보다는 남은 3개 대회에서 열심히 해서 잘되면 좋고 또 그렇지 않더라도 이 정도면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올 시즌 새롭게 시도한 것이 있다면.
△몇 년 동안 스윙에서 고치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올해는 과감하게 고쳤어요. 예전에는 스윙을 고친다고 해도 미세한 정도였는데 올해는 정말 크게 고쳤어요. 지금도 백스윙 등 스윙을 전체적으로 고치고 있어요. 그런데 올 시즌 우승이 계속 나왔고 성적도 잘 나왔어요.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스윙 교정이 좋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올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골프 선수로서 최고의 하루, 최악의 하루는.
△최고의 하루는 원하는 샷이 5개 이상 나왔을 때. 최악의 하루는 원하는 샷이 안 나와서 ‘멘붕’에 빠졌을 때죠. 실제로 올해도 멘붕에 빠졌던 적이 있었고 매년 한 번씩은 꼭 있는 것 같아요.
-경기 중 멘탈이 흔들릴 때는 어떤 생각을 하나요.
△‘오늘은 날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둘째, 셋째 날 잘 풀리는 경우도 있어요. 투어를 오래 뛰다 보니 많이 덤덤해졌어요.
-경기 중 자신만의 루틴이 있나요.
△껌 씹는 거요. 5~6년 전부터 경기 중에 껌을 씹었어요. 처음에는 껌을 씹으면 긴장이 완화된다고 들어서 씹었는데, 이제는 긴장감 완화보다는 입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으려고 씹어요.
-박지영에게 기부란.
△밥 먹는 거랑 비슷한 거예요. 엄청 어릴 때부터 1달에 2만 원씩 기부했어요. ‘남들에게 베풀면서 살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지금까지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어요. 투어를 뛰는데 기부가 어느 정도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고요.
-‘죽기 전에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 하는 나만의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사실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사는 중이라 딱히 버킷리스트가 없어요.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만족하고, 지금 타고 있는 차도 좋아요. 배가 부른 건가 봐요.(웃음)
-인생 모토는 뭔가요.
△‘즐겁게 살자’에요. 무엇을 하든 간에 즐기려고 해요. 밥 맛있게 먹고 연습도 즐겁게, 시합도 최대한 즐겁게 하려고 해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야디지북에 특별히 적는 말이 있나요.
△구질을 생각 안 하고 칠 때가 있어서 생각하고 치려고 ‘난 드로(draw·왼쪽으로 살짝 휘어지는 구질)다’라는 말을 적었어요.
-골프 말고 가장 좋아하는 것, 제일 잘하는 것은 뭐예요.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운전이요. 20세 때부터 운전했으니 운전한 지 8년 정도 됐어요. 그렇다고 무사고는 아니에요. 몇 년 전에 경운기와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낸 경력이 있기는 해요.
-골프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길을 갔을 것 같나요.
△무조건 군인이요. 어렸을 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어요. 큰아버지가 직업군인이셨는데 제복 입은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거든요.
-제주에서 하루 휴가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보내고 싶나요.
△늦게 일어나서 제주 시장 가서 약과 사 먹고 저녁에는 고기 구워 먹고 싶어요. 또 밤에 해안도로로 운전해서 바다가 보이는 횟집에서 회도 먹어보고 싶어요.
-투어에서 가장 친한 프로들 3명을 꼽자면.
△정연주·박주영·이정민 프로요. 제가 막내고 다 언니들인데 언니들 보면서 ‘어떻게 저 나이까지 저렇게 열정적으로 골프를 칠까’하는 생각을 해요. 정말 대단한 언니들이죠.
-올 시즌 끝난 뒤 휴가 계획은.
△여기저기 여행 가려고요. 일단 일본이랑 남해·부산으로 계획을 잡았고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잘 쉬고 싶어요. 제주도 와서 골프도 하루 정도는 칠 계획이에요.
-올 시즌 점수를 스스로 매긴다면.
△성적만 놓고 보면 95점인데 총점은 80점이요. 15점 마이너스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 비해 스스로 자신감이 많지 않았던 점이요. 스윙 교정에만 몰두해 플레이에 몰입하지 못한 것도 아쉬워요.
-데뷔 9년 차다. 9년 뒤 박지영에게 한마디 한다면.
△레슨을 하고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돈 팍팍 쓰지 말고 많이 모아’라고 하고 싶어요. 그때 되면 최소 10승은 했으면 좋겠어요.
-박지영의 골프를 키워드로 소개한다면.
△꾸준함이요. 스스로 ‘엄청나게 잘했어’ 이런 느낌은 아니어서 항상 아쉽기는 한데 투어에서 꾸준하게 활약한 것 같아요.
서귀포=정문영 기자 사진=이호재 기자 my.ju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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