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선 내준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이차전지株 줄줄이 급락 ‘추풍낙엽’
외국인 4790억원어치 순매도
전일比 2.71% 하락 2299.08
美 10년물 국채금리 다시 4.9%대 돌파
엔·달러 환율 150.25엔… 1년 만에 최저
미국 주식시장이 빅테크사 실적 부진에 급락하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본이 대거 이탈했다.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코스피는 2300선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다시 급등하면서 달러 대비 엔화 등 아시아 화폐 가치가 계속 낮아지는 점도 국내 시장의 악재로 작용했다.
이처럼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코스피에서는 이날 외국인이 47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기차 업황 악화로 국내 이차전지주는 특히 약세를 보였다. LG화학(-6.99%), SK이노베이션(-6.24%), 삼성SDI(-5.05%), LG에너지솔루션(-2.44%) 등은 52주 최저가를 찍었다. 포스코퓨처엠(-8.94%), POSCO홀딩스(-5.39%), 에코프로(-10.00%), 에코프로비엠(-6.29%) 등도 급락세를 이어갔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국내 증시의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게 도와줬던 이차전지 급등이 되레 다른 증시가 상대적으로 잘 오르거나 버틸 때 못 오르고 더 떨어지게 하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조작 사태로 이날 거래가 재개된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은 장 시작과 동시에 각각 -29.94%, -30% 하한가로 직행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3일에도 미국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당 150.16엔까지 오르며 심리적인 저항선인 150엔 선을 돌파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직후 147.3엔 안팎으로 급락했다. 당시 일본 당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했는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엔화 가치는 지난해 9월 일본 정부가 약 24년 만에 시장에서 달러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며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섰을 때(1달러당 145.9엔)보다 낮은 수준이다.
증권가는 고금리, 고물가, 강달러 기조에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이어지면서 증시가 한동안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전쟁 불확실성이 미국 재정불안을 높이고 있고 미국 하원의 정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시장은 위험 프리미엄을 높이고 있다”며 “단기관점에서 선진시장 비중을 아래로 낮춰서 불확실성에 대응할 필요가 있고 반등은 국채금리 하락과 주가 조정의 조합이 나오는 시점에 주목한다”고 분석했다.
3분기 실적시즌을 맞아 국내 종목의 목표주가도 낮아지는 추세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18~25일 증권가의 목표주가 조정이 있었던 123개 종목 중 76개(61.8%)가 3분기 실적 악화 전망치에 따라 목표주가가 하락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향률 상위 종목에는 이차전지와 소프트웨어 업종이 다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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