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409바퀴’ 뛴 민관… 11월 파리서 ‘부산 유치 당위성’ 새긴다 [엑스포 투표 한 달 앞으로]

박지원 2023. 10. 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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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결정 한 달 앞으로
민·관 함께 유치 활동 가속
중동 전쟁 등 변수… 막판까지 ‘백중세’
1차 투표 뒤 2파전 땐 로마 표 흡수 기대
유치본부 “투표 당일까지 설득 나설 것”
부산시, 11월 28일 마지막 5차 PT 승부수
북항 재개발·신공항… 인프라 구축 ‘착착’

2030 부산 세계박람회 개최 여부가 달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최종 투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유치 경합이 사실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부산의 ‘2파전’ 양상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우리 측은 남은 한 달의 시간 동안 민·관 총력전을 통해 부산을 향한 지지세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6일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 등에 따르면 엑스포 개최지 지지 판세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유럽에서는 부산이 우세하고 중동에서는 리야드가 우세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의 ‘종주국’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들 국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중남미, 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서는 사우디와 우리나라가 박빙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총수들 숨가쁜 부산 유치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BIE 회원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엑스포 개최지는 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BIE 총회에서 전체 회원국의 투표로 가려진다. 26일 현재 BIE 홈페이지에 따르면 회원국은 182개국이다.

엑스포 개최지로는 현재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가 경쟁하고 있다. 첫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득표국이 없으면 계속 투표를 실시해 그때마다 가장 적은 표를 얻은 나라가 탈락하는 방식이다.

한때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 머니’를 통한 경제적 지원을 앞세워 압도적인 지지세를 확보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국제사회의 환경이 변하며 우리나라를 향한 지지가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아직까지 부산이 로마에는 앞서고 리야드에는 열세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국이 없어 2차 투표로 가게 된다면 탈락한 국가의 지지표를 우리가 흡수해 승산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우리 측의 판단이다. 정부는 1차 투표에서 로마를 지지했던 표를 결선 투표 때 끌어오면 역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엑스포 유치 관련 판세를 리야드와 부산의 ‘백중세(伯仲勢)’로 표현했다. 그는 “사우디가 우세했다가 우리가 많이 따라잡았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현재로써는 리야드와 부산이 백중세인 형국”이라며 “남은 한 달 동안 그간 해오던 유치 활동에 더해 파리 교섭 사무소에서 대사들을 만나거나 BIE 대표들을 교섭하는 등의 활동을 추가적으로 적극 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한 달간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모두 지지 확보 총력전을 펼 예정이다. 다음 달 BIE 총회가 열릴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미 활발한 유치 활동이 진행 중이다. 장성민 대통령 특사를 중심으로 교섭 활동을 벌이고 있고 주프랑스 대사관도 별도 네트워크를 통해 전략 국가를 중심으로 대사관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대 기업과 대한상공회의소도 각국 대사들과 접촉해 지지를 호소하며 엑스포 유치 활동에 힘을 싣고 있다. 조유장 2030엑스포추진본부장은 “결국 남은 한 달 동안 끝까지 교섭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며 “투표 당일까지도 틈새 시간을 활용해 마지막 순간까지 투표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방 외교를 통한 엑스포 유치 활동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이미 92개국에서 153명을 만나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해온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가 순방을 통해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현지시각) 이틀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센강 선상카페 구스타프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플라이 투 부산’ 행사.  파리=연합뉴스
앞서 총리실은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민관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거리를 합산하면 1640만8822㎞로 지구 409바퀴를 돌 만큼의 거리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민관이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만난 사람의 수도 각국 정상과 고위 관료 정치인 등 유력 인사들을 포함해 2308명에 달한다.

특히 엑스포 개최의 당사자인 부산시는 민·관 역량을 총동원해 엑스포 유치를 위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부산시는 BIE 회원국의 지지를 한 표라도 더 많이 확보하고, 국내외에 유치 분위기를 확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9월 BIE에 엑스포 유치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엑스포 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부산시는 올해 6월까지 총 4차례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마치고, 다음 달 28일 마지막 5차 PT를 앞두고 있다. 1, 2차 PT에선 엑스포 유치 당위성과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고, 3차 PT는 부산 엑스포의 가치와 준비된 엑스포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6월 진행된 4차 PT에서는 ‘부산이니셔티브’의 구체화와 실질적인 혜택 제안 및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BIE 회원국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4월 초 BIE 실사단의 부산 현지실사와 국제 심포지엄 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실사단원들로부터 ‘놀랍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마지막 경쟁 PT는 다음 달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엑스포 최종 개최지 결정을 위한 투표 직전에 진행된다.

부산시는 그동안 박형준 시장을 비롯한 행정·경제부시장과 국장급 간부들이 수차례 유럽과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미주대륙 등 전 세계 BIE 회원국을 직접 찾아 밀착 유치 활동을 전개했다. 또 프랑스 파리에 시청 직원을 파견해 대통령실 및 유치위원회와 공동으로 파리교섭본부를 설치·운영하면서 BIE 관계자 밀착 홍보는 물론 글로벌 언론 대상 현지 광고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부산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 및 지역별 수요에 기반을 둔 협력 사업을 통한 맞춤형 전략으로 경쟁국 대비 차별화된 포인트를 강조하면서 상대국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가별 의사결정권자와 전략 국가 최고위급 인사 등을 공식·비공식적으로 초청하고, 범시민 유치 붐업을 위한 시민응원행사와 함께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 부산 엑스포가 개최될 부산항 북항의 재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1단계 사업을 완료하고, 부산을 대표할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부산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하고 있다.

엑스포 유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시 기반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엑스포 개최 전 가덕도신공항 개항과 관람객들의 접근성 확보를 위한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 등 광역교통망을 구축하고, 부산신항과 경남 김해 간 고속도로를 개설하는 등 접근도로망 개설을 추진 중이다.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위한 마지막 한 달간 교섭역량을 집결하고, 전략적 유치 교섭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추진한다. 지지표 이탈 방지와 부동표·경쟁국 지지표 흡수를 위해 회원국 지지 동향을 상시 분석하고, 전략적인 타깃형 교섭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박지원·홍주형 기자, 부산=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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