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같은 소들이 감염될까 불안감에 잠 못 이룹니다"

2023. 10. 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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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피스킨병 확진 소식에 전남 축산 농가 '초비상'

[임채민 기자(=장흥)(pa7499@naver.com),위정성 기자(=장흥)(wrw1100@naver.com)]
"폭염으로 고생하고 이제 한숨 돌리니 럼피스킨병이 오네요. 자식같이 키운 소들이 혹시나 감염돼 살처분될까 하루하루 불안감에 잠 못 이룹니다."

26일 장흥군 장흥읍의 한 한우축사. 인근 도로부터 감염 예방에 동원된 1톤 트럭의 방역차량이 마을 안에 있는 축사들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소독약을 내뿜고 있었다.

소독약들로 도로와 농지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이를 보는 주민들은 연신 "여기까지는 안 오겠지", "럼피스킨병이 위험하긴 하나 보다"고 불안감을 내비췄다.

발길을 돌려 찾은 김모씨(47)의 한우축사는 짙은 회색의 방역복을 입은 축사 주인이 연신 소들을 향해 "앞으로 계속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소독제를 뿌리며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26일 장흥군 장흥읍에서 한우 축사를 운영하는 김모씨(47)가 짙은 회색의 방역복을 입 방역을 위해 소독제를 뿌리고 있다. ⓒ프레시안(임채민)

천장에 달린 선풍기는 모기 등 흡혈곤충을 쫓기 위해 강한 바람으로 소들을 보호하고 있었고 소들 역시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몸에 붙은 해충들을 쫓아냈다.

소들은 잦은 소독약 살포에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스트레스가 쌓인 듯 분뇨가 뒤석인 오물에 주저앉기도 하고 낯선 이를 경계하며 연신 울어대기도 했다.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20년 넘게 50여마리의 한우를 기르고 있는 김씨는 럼피스킨병 불안감에 한숨만 내쉬었다.

김씨는 "아직까지 전남에 럼피스킨병이 내려오지 않아 다행이지만 코앞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최대한 바깥출입을 자제하며 방역활동에 온 힘을 쏟고 있다"며 "얼마 전 폭염으로 고생하고 나니 이제는 감염병이 찾아왔다. 자식같이 키운 소들이 혹시나 감염돼 살처분될까 하루하루 불안감에 잠 못 이루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경기·강원·인천·충북·충남·전북 등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전남 축산농가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럼피스킨병 발병 직후 전남도와 축산농가들은 곧바로 철저한 방역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코앞인 전북에서 나오자 축산농가들의 불안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전남도에 따르면 소 럼피스킨병이 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뒤, 이날 오전까지 모두 38건(충남 18건·경기 13건·인천 4건·강원 1건·충북 1건·전북 1건)의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모기 등 흡혈곤충에 의해 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은 고열과 피부 결절이 특징이다. 폐사율은 10% 이하로 소 전염병 중 널리 알려진 구제역의 치사율(5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발병 시 우유 생산량이 줄고 유산이나 불임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국내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특히 전남과 인접한 전북 부안군 백산면 한우농장에서도 전날 오후 첫 럼피스킨병 양성 반응이 나타나면서 전남 방역당국과 축산농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장흥에서 축사를 운영하는 김씨는 "구제역은 1년에 2회 백신을 놓고 있는데 럼피스킨병은 백신이 도착하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면서 "곳곳에서 발병하고 있다는 소식에 밤잠도 설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이어 "모기보고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사실 자체적으로 소독약을 뿌릴 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다"며 "모기기피제 등 예방도 몇몇 곳이 아닌 모두 다 해야 효과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럼피스킨병의 여파로 올 초까지만 해도 공급 과잉으로 폭락했던 한우 도매가격이 급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한우 평균 도매가는 지난 24일 기준 ㎏당 2만53원으로, 럼피스킨병 발생 이전인 지난 19일(1만7929원)보다 11.8% 상승했다.

한우 도매가가 2만원 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만이다. 소비자가도 1등급 기준 9만2930원에서 10만250원으로 7.9% 올랐다.

전남도 역시 럼피스킨병 확산을 막기 위해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도와 시군에 방역대책 상황실을 운영해 대응하고 있다.

전남의 가축시장 15곳을 잠정 폐쇄하고 보건부서와 협조해 농장 주변 연무소독을 통해 모기 등 해충 방제를 추진하고 있다.

전남 22개 시군 중 1744농가·6만1978두를 사육하고 있는 '전남 최대 한우 주산지' 장흥군도 럼피스킨병을 막기 위해 매일 농장 소독과 차단방역 등을 실시하고 있다.

임상록 장흥군 가축방역팀장은 "방역과 동시에 소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방역에 관한 문자, 마을 방송 등을 실시해 감염 예방에 노력하고 있다"며 "전남까지 럼피스킨병이 내려오지 않길 바라며 농가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강구해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채민 기자(=장흥)(pa7499@naver.com),위정성 기자(=장흥)(wrw1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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