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17조 줄고 교부금률 축소 움직임까지···"재원마련 빠듯"
◆교육청 재정 '먹구름'
세수결손에 올 교부금 10조·내년 7조↓
교부금 내국세 연동률도 하향 추진
전략사업은 커녕 기본운영마저 차질
전체 예산 80%가 고정경비로 지출
정부 추진 유보통합 예산부담도 가중
방만운영 지적엔···"투명성 제고 노력"
전국 시도교육청이 향후 3년간 디지털 교육 환경 구축 등 미래 교육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77조 원으로 추산하고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교육청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장 올해부터 세수 부족으로 주요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크게 줄어든다. 더구나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률까지 낮추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교육청들은 가뜩이나 전체 예산의 80%가량이 인건비 등 고정 비용으로 쓰이는 상황에서 교육교부금마저 줄어든다면 미래 교육 전략 사업은커녕 기본적인 운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6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전국 시도교육청들로부터 제출받은 ‘2024~2026년 미래 교육을 위한 전략적 재정 투자 계획’에 따르면 3년간 총 77조 2998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4년 25조 9276억 원 △2025년 25조 3688억 원 △2026년 26조 34억 원이었다. 교육청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을 책정한 곳은 경기도교육청(3년간 총 20조 2705억 원)이었다.
교육청들이 세운 핵심 전략 과제는 △디지털 교육 환경 구축 △학부모 부담 제로화 △유아 교육 환경 개선 △개별화·맞춤화 교육 지원 △미래형 교육 환경 구축 등 5가지다. 이 가운데 과밀 학급 해소와 공간 혁신 사업 등이 포함된 ‘미래형 교육 환경 구축(48조 9629억 원)’과 급식·교과서·교복 지원 사업 등이 담긴 ‘학부모 부담 제로화(13조 6789억 원)’가 81%를 차지한다.
교육청들이 77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전략 배치’하기로 한 것은 맞춤형 교육 과정 제공 등 학교 혁신과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 교육 환경 구축을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학령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데 반해 초중고교육 예산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하지만 오히려 학생 수 감소를 교육 여건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교육청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수 증가로 ‘돈잔치’ 지적을 받았던 교육청 재정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당장 올해만 해도 세수 결손으로 전국 17개 교육청에 교부되는 교육교부금 중 보통교부금이 10조 5544억 원이나 감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편성된 보통교부금 73조 5334억 원 대비 14.35%에 달하는 결손율이다. 교육교부금은 17개 시도교육청에 배분돼 유초중고교육 등에 활용되는 예산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3조에 따라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된다.
내년 예산도 마찬가지다. 2024년도 교육부 예산안에 따르면 유아 및 초중등 교육 예산은 올해 80조 9000억 원에서 내년 73조 7000억 원으로 7조 1000억 원 감액 편성됐다. 교육교부금이 75조 7000억 원에서 68조 8000억 원으로 6조 9000억 원 줄어든 영향이다.
교육청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교육교부금이 크게 줄면서 각 교육청의 사업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교육사업비를 전년도 본예산 대비 30% 감축 편성하고 있으며 다른 교육청 역시 긴축 재정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교육교부금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2021년보다는 많은 수준인 데다 전국 교육청이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쌓아 놓은 통합교육재정안정화기금도 있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육청은 안정화기금으로도 이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세수 부족으로 안정화기금 역시 제대로 적립하지 못했으며 올해 예상 결손액도 메우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미래 전략 사업은커녕 기본적인 운영조차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예산의 79%가 고정 경비에 해당돼 실제 가용 재원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추진 중인 늘봄학교와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기능 통합) 등에 대한 교육청의 예산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전체 예산 중 인건비, 지방채 상환, 학교회계전출금 등 고정비용을 제외한 20% 안팎의 재원으로 정책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지역 여건을 감안한 교육청만의 특색 있는 교육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보 통합 등에 쓰이는 비용 역시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할 경우 과거 ‘보육 대란’까지 불거졌던 누리 과정 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교육교부금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학생 급감에도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와 연동돼 경제규모에 따라 자동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교육청들이 남아도는 예산으로 방만 운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실제 올 8월에는 교육청들이 나눠주기식 현금·복지성 사업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재정당국을 중심으로 교육교부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도 교육교부금 운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현금성 복지 규모에 따라 교육청에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교육청들은 교육교부금 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호규 시도교육감협 사무국장은 “교부금 사용과 관련해서는 행정감사, 국정감사, 특별감사, 의회심의 과정 등을 통해 효율성과 투명성,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규정의 미비점 역시 보완하고 있다”며 “더 높은 책임감을 갖고 투명한 집행이 되도록 각 시도교육청의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교육교부금 감소는 불가피하더라도 내국세 연동으로 인한 ‘들쭉날쭉 널뛰기식’ 교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교육교부금은 2014년과 2015년, 2020년에도 세수 부족으로 감소한 바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와 연동되다 보니 경기 및 세수에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어 그 완충장치로 ‘교부율 보정’ 제도를 도입했다"며 “하지만 2005년 시행 이후 올해까지 적용 사례가 없어 교부율 보정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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