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는 美경제 '역풍'… 새파랗게 질린 아시아 증시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3. 10. 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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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담대 금리 급등에도
신규 주택판매는 크게 늘어
美국채 10년물 금리 4.96%
韓국채 10년물도 연중 최고
일본 닛케이지수 2.1% 하락
달러당 엔화 150엔선 '털썩'

미국 경제가 예상 밖 호조를 보이면서 '고금리 장기화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는 연일 5% 선을 넘나들고 있고, 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 실적 쇼크까지 미국 주식시장을 강타하면서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달러 강세 현상이 심화됐다.

엔화값도 달러당 150엔 선이 붕괴되며 1년여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국내 코스피는 10개월 만에 2300선이 붕괴됐다. 향후 미국의 강한 실물경제와 재정적자 확대 요인이 겹치면 미국 국채금리가 추가로 올라가 세계 금융시장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럽에서는 경기침체 우려를 희석하기 위해 기준금리 동결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25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4.96%까지 치솟으며 심리적 저항선인 5%에 육박했다 소폭 내린 4.95%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23일에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5.02%까지 오르면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미국 국채금리는 만기가 긴 장기물 위주로 상승폭이 컸다. 2년물 금리는 2bp(1bp는 0.01%포인트) 오른 5.13%에 그쳤지만, 30년물은 전날보다 16bp 넘게 오른 5.096%까지 상승했다.

5%를 찍고 하락 진정되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를 다시 끌어올린 것은 뜨거운 미국의 경제지표와 국채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었다. 이날 오전 발표된 미국 9월 신규 주택 판매는 75만9000채를 기록하며 월가가 예상한 68만채를 크게 넘어섰다.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2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신규 주택 판매가 늘자 시장은 이를 강한 미국 실물경제의 증거로 받아들였다. 이날 미국 모기지은행협회가 집계한 미국 평균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전주보다 20bp 오른 7.9%로 2000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1.1bp 오른 4.392%로, 올 들어 최고 수준이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전일 대비 6.6bp 오른 4.104%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인 4.108%에 근접했다.

통상 증시 급락은 안전자산인 채권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최근 증시 급락세 원인이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인 까닭에 국내 채권금리 역시 급상승한 것이다.

이날 미국 재무부가 진행한 미국 5년물 국채 입찰에서 국채 수요 둔화도 채권금리를 다시 끌어올린 요인이다. 이날 오후 520억달러 규모 5년물 국채 경매에서 낙찰금리는 4.899%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가는 오는 30일 발표되는 4분기 국채 발행량에 주목하고 있다. 재무부가 4분기 국채 발행량을 기존에 발표한 8520억달러보다 크게 늘리면 국채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말에도 재무부가 3분기 국채 발행량을 1조70억달러로, 5월 추정치 대비 2740억달러를 추가로 편성하면서 장기채권 위주로 금리가 상승했다.

아시아 증시와 환율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일 대비 2.14% 하락한 3만601로 거래를 마쳤다. 달러당 엔화값은 약 1년 만의 최저치인 150.79엔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 대비 10.3원 내린 13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국채 세계 최대 보유국인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 여부도 채권금리 방향의 한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오는 30~31일 개최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미·일 금리 차 확대에 대응해 기존의 금융정책을 일부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도쿄 외환시장 마감을 앞두고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일본 정책당국이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선 것처럼 보이는 환율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날 오후 3시 43분 달러당 엔화값은 150.79엔으로 일중 저점을 기록했지만 오후 3시 47분 순간적으로 149.90엔까지 급등한 뒤 오후 4시까지 150.40엔 선으로 소폭 내려 거래됐다.

같은 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2.71% 하락한 2299.08로 마감하며 10개월 만에 2300선이 무너졌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 구글 등 테크주 급락이라는 외부 악재에다 예상보다 부진한 기업 실적이라는 내부 악재까지 더해진 탓이다. 코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3.50% 급락한 743.85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에서는 반대매매 매물이 대거 나오며 개인이 72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 하락 종목은 1419개(상승 종목 160개)에 달했다.

외국인들은 나흘 연속 '셀 코리아'를 이어갔다. 외국인들은 전날 코스피에서 3426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에만 4780억원 순매도세를 나타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 업종까지 순매도 포지션을 기록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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