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소비 '바운스 백' … 경기회복 최대변수는 고금리 충격
반도체 경기회복에 수출 호조
소비도 살아나며 성장률 견인
건설 중심으로 투자도 활발
중동전쟁·美금리 급등 충격에
경기심리지수 최저수준 하락
"장기 저성장 국면 우려 커져"
반도체 수출이 바닥을 짚고, 민간 소비가 회복하면서 3분기 한국 경제가 시장 예상(0.4~0.5%)보다 강하게 반등했다. 26일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3분기 GDP는 정부가 주장했던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흐름이 이어질지 판별하는 리트머스지였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다. 올해 상반기 누적 성장률은 0.9%인데, 정부 목표대로 올해 경제가 1.4% 성장하려면 하반기 누적 성장률이 1.9%는 돼야 한다. 상저하고 전망이 현실화돼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계절 특성에 따라 분기 성장률이 달라지는 변수를 제거(계절 조정 효과)하고 하반기 성장률을 분해해보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6%, 0.7% 성장해야 한다. 당초 시장에서 3분기 GDP가 0.4~0.5%에 그치면 연간 1.4% 성장이 요원할 것으로 봤던 이유다. 하지만 이날 3분기 GDP가 0.6%로 나왔기 때문에 일단 상저하고 전망에는 다소간 힘이 실리게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1.4% 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결국 4분기 성장률이 0.7% 선에서 순항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 이에 대한 최대 변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리스크와 미국 고금리 발작, 중국 부동산 시장 불안이 손꼽힌다. 3분기 성장세를 이끈 것은 수출과 민간소비 회복인데, 고유가 상황이 심해지면 교역 환경이 악화하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 부담이 커져 갓 회복된 민간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3분기 GDP를 쪼개보면 수출이 반도체·기계 위주로 3.5%, 수입은 석유 제품을 중심으로 2.6% 늘었고 민간 소비는 음식숙박·오락문화 등 서비스를 주축으로 0.3%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증설이 대부분 마무리되며 2.7% 줄었지만, 건설투자가 2.2% 증가해 전반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성장의 일등공신은 수출이다. 3분기 성장률(0.6%) 중 순수출 기여도는 0.4%포인트에 달해 분위기를 주도했다. 민간소비 기여도도 0.2%포인트로 설비투자가 깎아먹은 기여분(-0.2%포인트)을 메웠다.
4분기 GDP 성적 역시 수출과 소비 회복 정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최근 표정은 나쁘지 않다. 10월 수출이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설 게 유력한 데다 국민 구매력을 보여주는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2.5% 늘어 GDP 증가율(0.6%)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출과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동발 리스크와 미국 고금리 상황이다.
실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고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이달 가계와 기업들이 보는 경기 평가는 크게 꺾였다. 한은에 따르면 민간 경제 주체들 경기 심리를 지수화한 경제심리지수(ESI)는 10월 전월 대비 0.9포인트 하락한 91.8로 7개월 만에 최저치로 가라앉았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보기술(IT) 경기는 조금씩 살아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고금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올 상반기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경기가 반등할 확률이 높고, 정부 성장 전망(1.4%)은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면 국내 물가를 비롯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률 목표 달성과는 별개로 올해부터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산한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은 1.9%로 사상 처음 2%대 밑으로 가라앉았다. 내년에는 미국(1.9%)보다도 낮은 1.7%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부동산에 집중된 국내 자본을 순환시킬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선박, 농업, 인공지능(AI)처럼 성장성 있는 분야를 찾아 육성하려는 노력이 시급해졌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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