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슬픔에 위로”, 朴 “심심한 사의”···보수 위기에 악연 풀고 손잡다
尹, 박 전 대통령에 화합의 뜻 전해
朴 "순방후 곧장 참석 감사" 화답
단 둘이 묘소까지 올라가며 대화
대구·경북서 與 지지율 급락하자
국민·단합 강조하며 반등 기회로
윤석열 대통령이 4박 6일간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순방을 마치고 곧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달려간 것은 ‘보수 대통합’의 변곡점을 만들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과 ‘탄핵’이라는 악연으로 얽혀 있다. ‘화해’와 ‘통합’의 모습을 통해 대구·경북(TK)과 보수 지지 기반을 흡수,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승리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26일 오전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4박 6일 순방을 마치고 성남 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공항 환영 행사를 끝내고 한남동 관저에 잠깐 들러 환복한 후 오전 11시로 예정된 추도식에 바로 달려갔다. 귀국 후 여독이 풀릴 새도 없이 불과 2시간여 만에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것이다.
이날 추도식에서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한결같이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국민’ ‘단합’이라는 단어를 썼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하면 된다는 정신은 웅크리고 있는 우리 국민의 잠재력을 끌어내서 위대한 국민으로 단합시켰다”고 설명했다.특히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자랑스러운 지도자”라고 추켜세우며 존경과 최고의 예우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일궈 놓은 철강·발전·조선·석유화학·자동차·반도체·방위산업으로 그간 번영을 누려왔다”며 “이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튼튼한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추도사 끝에 잊지 않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그동안 겪으신 슬픔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직접적인 사과의 마음을 담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유족 대표 인사말을 통해 “오늘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시자마자 곧바로 추도식에 참석해 주신 윤 대통령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와 저, 여러분의 꿈은 모두 같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힘을 모아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것”이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55년 전인 1968년 12월 5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전 육성으로 녹음된 ‘국민교육헌장’ 청취도 진행됐다. 추도식 종료 이후 윤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가 안장된 묘소로 두 사람만 걸어 올라갔다. 묘소 도착 이후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화하고 분향했다. 그 뒤 두 사람은 오솔길로 걸어 내려오며 대화를 나눴다. 대화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공개된 사진에서는 두 사람이 활짝 웃는 모습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이번 추도식이 진행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적극적으로 참석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취임 전후로 꾸준히 노력해왔다.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해 3월에는 병원에서 퇴원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축하 난을 전달하며 조만간 찾아뵙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또 취임을 앞둔 지난해 4월 12일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 약 50분간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과거 수사에 대해 사과하며 깍듯한 예우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보수 대통합’의 필요성을 적극 띄우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한 보수 색채가 윤 대통령의 약점을 메워줄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중동 분쟁 속 세일즈 외교로 27조 원 규모의 성과를 내고 귀국했다. 또 민생 중심으로 국정 기조도 전환했다. 하지만 국내 정치 상황은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날 발표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32%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조사인 10월 2주 차 조사 대비 3%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며 올 4월 4주차(32%) 이후 가장 낮다.
특히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이달 20일 공개된 갤럽 여론조사(17~19일 성인 1000명 조사)에서 TK 지지율은 전주보다 13%포인트 하락한 45%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대구·경북의 민생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지역민들과 소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4대강 행보에 나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공개 회동할지도 이슈로 떠오른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김예솔 기자 losey27@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국 전 장관이 왜 여기에?' 대구 아파트에 붙은 안내문 '황당'
- '기괴하다' 좀비처럼 걷는 지드래곤 재조명 '마약 때문이었나'
- '남현희 스토킹' 전청조 성별 '여성'으로 확인…사기 의혹도 조만간 경찰 조사 착수
- “전청조, 강화도 노래방집 딸…성전환 했단 말 듣기도” 지인 폭로 이어져
- 배달 기사가 20대女 원룸서 성폭행 시도…제지하던 남친은 치료에 1년 필요
- '마약 혐의' 이선균, 위약금 '100억' 될 수도? '후폭풍 굉장히 클 것'
- '춤추다 돌연 심장마비'…최소 10명 숨진 '인도 힌두축제' 무슨 일?
- '재벌 3세' 예비신랑 루머 확산에…남현희 '허위사실 강력 대응'
- 수도권서 휴대폰 훔쳐 1억 받은 일당 13명…경찰에 일망타진
- 또 2만명 깨졌다…8월 출생아도 ‘역대 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