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권 감독의 두 가지 선택, NC를 PO로 끌어올린 결정적 실마리
강인권 NC 감독은 정규시즌 종료를 앞두고 에이스 에릭 페디 등판에 대해 매우 깊은 고민을 했다. SSG, 두산과 치열한 3위 싸움을 했고 마지막 KIA 2연전이 사실상 순위 결정전이 됐기 때문이다.
3위를 해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거치지 않고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해 시간을 벌 수 있기에 강인권 감독은 마지막 2연전 중 첫날인 16일 KIA전에 페디를 등판시키기로 선택했다. 성공하면 준플레이오프로 갈 수 있지만 실패하면 19일 와일드카드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 페디를 가을야구 첫승 카드 대신 3위 결정 카드로 썼다.
이 선택은 실패했다. 페디는 잘 던졌지만 역전패 했고 이튿날도 져 NC는 4위에 그쳤다. 하루 쉬고 바로 와일드카드전을 치러야 하는데 에이스를 쓸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페디가 타구에 팔뚝을 맞아 교체됐고 타박상을 입었다. 악몽이었다. 실패한 도박, 가을야구를 망칠지도 모를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 NC는 와일드카드전에서 태너 털리를 선발로 해 불펜을 앞세워 승리하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페디가 언제 등판하느냐는 ‘이슈’가 준플레이오프를 완전히 장악했다. 팀내에서는 페디의 회복과 등판 가능한지 확인하는 일이 최대 관건이 됐고 준플레이오프 흐름을 가를 가장 큰 변수가 됐다. 무엇보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필승 카드’를 남겨놓은 것은 의도치 않게, 분위기상으로도 상대를 위협하는 큰 무기가 됐다.
강인권 감독이 가을야구를 시작하기 전 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선택이 있었다. 시즌 최종전, 17일 KIA전에서 선발 신민혁을 일찍 강판시킨 것이다.
NC는 이날 경기를 무조건 이기되 다른 경기장에서 SSG가 져야 3위를 할 수 있었다. 불리한 상황에서 신민혁은 잘 던졌다. 5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타선이 KIA 양현종에게 눌려 득점하지 못했다. 그때 문학에서는 SSG가 두산을 초반에 이미 5-0으로 앞서고 있었다. 3위는 어려워진 것 같다고 판단한 강인권 감독은 0-0에서 6회말 계투진으로 마운드를 전환했다. 신민혁의 투구 수는 48개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사흘 뒤 열릴 와일드카드 2차전 선발을 대비한 것이었다. 구창모의 부상으로 국내 1선발이 없는 NC는 사실상 페디, 태너, 신민혁, 송명기로 시즌을 치러왔고 가을야구도 해야 하는데 국내 선발 중에서는 그나마 신민혁의 구위가 가장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3위는 어렵겠다는 상황 판단을 바로 하고 48개밖에 던지지 않은 신민혁을 교체하면서 과감하게 와일드카드전 준비로 전환한 이 선택은 결국 NC를 플레이오프행으로 이끈 결정적인 승부수가 됐다.
서호철의 폭발력을 앞세워 와일드카드전을 단판 승부로 끝내버리면서 NC는 2차전 없이 바로 준플레이오프로 갔고, 신민혁은 22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했다. 나흘밖에 쉬지 않았지만 전 경기에서 48개만 던지고 내려왔던 신민혁은 이 중대한 경기에서 87개를 던지면서 5.2이닝 4피안타 무실점의 쾌투를 펼쳤다. 신민혁의 호투에 젊은 계투진을 더해 SSG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8이닝 2실점 역투를 뚫고 NC는 승리했다.
NC 내부에서는 선수단 사기가 오른 계기로 신민혁의 호투를 꼽는다. 외국인 에이스도, 국내 1선발도 없이 경험 없는 영건 신민혁의 호투로 1차전을 잡자 기세는 그때부터 치솟았다. 결국 한 번도 지지 않고 3전 전승으로 준플레이오프를 끝내며 나흘이나 쉬고 페디를 앞세워 플레이오프로 나가게 한 결정적 원동력이 됐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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