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전 中企 파격 인센티브 … 상속세 확 줄여 가업승계 도와야
A사는 사업을 키우겠다는 큰 꿈을 안고 10여 년 전 수도권에 있던 공장을 전북 군산으로 옮겼다. 호남권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서해안 벨트'가 뜰 때라 사업을 전국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우선 수도권과 달리 협력업체를 비롯한 생태계가 없어 물류비가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사람을 구하기가 제일 어려워요." A사 대표는 '지방에 가니 어떠냐'는 질문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2021년부터 작년까지 2년 연속 적자 성적표까지 받아야 했다.
일찌감치 지방을 선택한 '선배' 기업인 A사 대표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기업이 옮길 때는 여러 단점을 상쇄해줄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가업 상속 혜택 같은 것이 있다면 기업이 솔깃해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업을 잃은 지방이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저렴한 땅값이 장점이지만, 교통과 기업 생태계가 열악하고 인재를 찾기 어려운 지방을 기업이 외면하면서다.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에 대한 상속세, 법인세, 근로소득세 같은 전방위적 세제 혜택만이 지방을 살릴 묘수라고 기업은 말한다. 주무부처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머뭇거리는 상황이다.
파격적인 상속세 혜택은 지방으로 기업을 부를 수 있는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전국의 산업단지를 채우는 중소기업 대표 상당수가 자녀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게 고민이라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업력 30년이 넘는 중소기업 가운데 대표가 60세 이상인 기업이 전체의 8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에 상속세와 관련해선 사후관리 의무를 면제해주는 내용만 포함됐다. 수도권 기업이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면 특구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업종 변경 제한' '상속인의 대표이사 종사 의무' 같은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상속세 자체를 감면해주는 게 아니어서 기업은 "상속세를 내기가 어려운 건데, 사후관리 의무 면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한다.
법인세 감면도 기회발전특구 성패를 가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반도체 세라믹 기판제조업체 샘씨엔에스는 내년 충남 오송 신공장 완공을 앞뒀다. 2017년 경기 수원 공장 생산라인을 오송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저렴하고 넓은 용지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주변에 있는 대학교에서 사람을 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무엇보다 공장 이전을 결심한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건 '법인세 감면'이다. 샘씨엔에스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법인세 100%를, 2029년부터 2030년까지 법인세 50%를 각각 감면받는다.
이 덕분에 허허벌판이던 오송 신공장 주변에는 벌써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권이 생겨나고 있다. 김헌태 샘씨엔에스 대표는 "산단이 새로 조성되니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지가 많이 늘었다"며 "오송읍 행정복지센터에 가면 전입신고를 하려는 사람으로 북적거린다"고 말했다. 이전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니 지방 상권에 활기를 불러온 셈이다.
다만 걱정거리는 남아 있다. 내년 신공장 완공을 앞두고 회사를 따라갈지 말지 고민하는 직원들 때문이다. 김 대표는 "좋은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걱정이 된다"며 "오산 밑으로는 직원들이 잘 안 내려가려 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지에서 직원을 구해야 하는데 지방인구 감소로 그마저도 쉽지 않다. 대기업조차 지방에서는 인력난에 시달린다. 연봉이나 복지 혜택이 적은 중소기업 사정은 더 열악하다. 한국산업단지경영자연합회서울 회장을 맡은 이계우 아쿠아픽 대표는 "지방에서는 사람을 구하는 게 일"이라며 "아무래도 거주 여건이 약하니 2030세대 젊은 직원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위해 근로자에 대한 다양한 혜택이 필요하다고 기업인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중소기업 취업자와 외국인 근로자·기술자에 대한 근로소득세 감면제도가 있지만 지방 기업 근로자에 대한 혜택은 없다. 이 대표는 "청년 인재를 지방에 끌어모으려면 중소기업 대신 정부가 근로자들에게 교육비나 주거비에서 다양한 유인책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이러한 업계 요구를 들은 정부는 비수도권으로 옮긴 기업에 여러 세제 혜택을 주려고 했지만 관련부처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는 대신 특구에서 신규 사업장을 설립·창업하면 소득세·법인세를 5년간 100%, 이후 2년간 50% 깎아주기로 했다. 특구로 옮기거나 창업한 기업이 새로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 취득세는 면제하고, 재산세의 경우 5년간 100%, 이후 5년간 50% 감면한다.
근로소득세와 상속세 등 다양한 세제 혜택과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모두 '세수 부족' '형평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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