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군대 내 동성애 처벌법 합헌? 시대를 거스르는 판결”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군인권센터가 ‘형법 92조의6 관련 군인권센터 지원 사건 12건 헌법재판소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헌법재판소(헌재)가 26일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에 대해 역대 4번째로 합헌 결정을 내리자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군형법 92조의6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위협하는 조항으로 개별 판례에서 사실상 무효화 된 법을 존치하는 것은 반헌법적 판단”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형법 92조의 6관련 군인권센터 지원 사건 12건 헌법재판소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군형법에서 대표적으로 헌법상의 기본권인 평등권, 행복추구권, 사생활 보호를 명백하게 침해하는 법률을 합헌 결정했다”며 “시대를 거스르는 반헌법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군형법 92조의6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강제 추행이 아닌 동성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도 처벌하는 법률로 ‘동성애 처벌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조항이 군 조직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호라는 공익 등에 비춰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2002년, 2008년, 2016년에 이어 4번째 합헌 결정이었다.

군인권센터는 2017년 육군이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해 군형법92조의6 위반으로 입건해 육군 군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한 7건과 2019년 해군에서 기소유예 처분한 1건 등이 이날 헌법소원을 통해 처분 취소됐다고 밝혔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성소수자를 괴롭히는 데) 다양하게 악용될 수 있는 법을 합헌으로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이 법에 의한 기소유예처분은 다 취소 처분하는 앞뒤가 안 맞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2017년 기소유예 판결을 받은 당시 현역 간부의 입장문을 대독하기도 했다. 그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커밍아웃 후 싸늘해진 사람들의 시선들과 동성애자라는 죄로 추궁당했던 기억은 제 삶에 행해졌던 가장 내밀하면서 잔인했던 공격”이었다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위헌소송대리인단 관계자들도 헌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가람 변호사는 “헌재가 성소수자 차별 법률에 무려 네 차례 걸쳐 과거의 고루한 판단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유엔 각급 인권기구 권고에도 정면 배치되는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라고 밝혔다.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민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군형법 92조의6는 위헌’이라고 외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