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이·팔 전쟁 해법은 이·사우디 관계 정상화

여론독자부 2023. 10. 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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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컬럼니스트
이 과잉대응 따른 민간인 희생은
테러집단 하마스가 원하는 목표
이,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해야
헤즈볼라·이란 등에 치명타될것
사진 설명
[서울경제]

하마스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이스라엘 공격은 세계를 경악시켰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스라엘 정부마저 허를 찔렸다는 점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의 공격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탓에 늑장 대응을 했고 이로 인해 숱한 민간인이 학살을 당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전면전을 벌인 것은 지난 15년 사이에 이번이 다섯 번째다. 가자지구에 접근할 수 있는 항로와 육로, 그리고 해로는 이스라엘의 완전한 통제 아래에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가자지구에 방대한 정보망을 구축해놓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배경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네타냐후 정부는 안으로는 사법 개혁, 밖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상에 정신이 팔려 이집트로부터 사전 경고를 전달받았음에도 가자에서 변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무시한 듯 보인다.

드미트리 슘스키 히브리대 교수의 설명은 한층 도발적이다. 그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무력화하는 대신 하마스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 이스라엘에 유리하다’는 파괴적이고도 뒤틀린 정치 독트린을 개발하고 추진했다. 이 같은 접근법은 팔레스타인을 분열시키고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약화시킴으로써 이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단일 국가 건립이 불가능하다는 네타냐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슘스키는 2019년 리쿠드당 모임을 다룬 예루살렘포스트의 기사를 인용해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카타르 정부가 하마스에 제공하는 자금 지원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를 빌미 삼아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립을 막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 이슈를 제쳐놓은 채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기 위해 막강한 기술 기반 경제를 지닌 이스라엘과의 연합을 원하는 걸프 국가들과 직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의 토대였던 가정이 2주 전 하마스의 공격으로 무너져내렸다.

지난 20년간의 중동 지역 형세는 워싱턴의 움직임, 특히 이라크전과 뒤이은 미군 철수에 따라 결정됐다. 이라크전은 이란과 다른 아랍국들,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뒤흔들어놓았다. 미국이 사담 후세인의 수니파 정권을 무너뜨리자 이란은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에서 전례 없는 영향력을 확보했다. 이어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자 이란·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와 이스라엘 등이 각기 자국의 이익을 좇아 미국이 남긴 힘의 공백을 채우려 들었다.

우리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20년간 세계가 꽤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동 지역은 과거 20년 동안 피비린내 나는 전화를 겪었다. 이라크전으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뒤이은 시리아 내전으로 1400만 명의 난민과 수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어 예멘에서 터진 전쟁은 세계 최악의 인도적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 그리고 이 모든 위기와 충돌은 이 지역의 국가들이 편을 나눠 그들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적의 피를 말리려 든 데서 비롯됐다.

우리는 질서와 무질서를 대표하는 세력 사이의 글로벌한 각축전을 목격하고 있다. 러시아·이란·헤즈볼라와 하마스는 국제 시스템을 잠식하려 시도 중이다. 만약 하마스가 성공한다면 다른 집단들 역시 무력을 사용하려 들 것이다.

하마스를 물리치는 것은 힘겨운 과제다. 테러리스트 집단인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과잉 대응으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와 동시에 하마스는 이번 사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사이의 관계 정상화 협상이 결렬되기를 원한다. 이스라엘의 대응이 격렬해질수록 협상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상 재개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하마스에 대응하고 팔레스타인 이슈를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는 하마스·헤즈볼라와 이란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다.

여기에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교훈이 있다. 미국은 중동에서 완전히 손을 떼서는 안 된다. 워싱턴은 이 지역에서의 군사 개입을 포기할 수 있고 중동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중심적 위치를 인정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적극적인 개입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의 개입은 세계를 안정시키는 힘이다. 믿지 못하겠다면 미국이 떠난 후 중동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눈여겨보라.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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