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기술탈취 논란···잡음 끊이지 않는 카카오
실적 부진한 계열사 잇단 구조조정
모빌리티는 '기술무단 탈취' 의혹
게임즈 임직원 '도덕적 해이' 논란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자회사 3곳이 잇달아 스타트업 기술 탈취 의혹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떳떳하다”는 입장이지만 해마다 최고경영자가 국감장에 불려나가는 상황에 대해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로 무분별하게 확장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일부 계열사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사업을 벌였다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무리한 확장이 제대로 된 성과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사업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들은 최근 들어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카카오브이엑스(VX)는 지난 달부터 진행한 희망퇴직을 최근 마무리했다. 카카오VX는 스크린골프와 골프 용품 등 다양한 부문의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 중 부진한 사업 부문의 직원을 대상으로 직급에 상관없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VX는 구체적인 희망 퇴직 규모 등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부진한 사업 부문 위주로 경영 개선을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10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희망자에 한해 인력 선순환과 조직 개선 차원의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관련 프로세스가 끝났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7월부터 진행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약 200 여명이 짐을 쌌다. 카카오의 증손회사이자 계열사 넵튠의 관계사인 컬러버스는 올해 40~50명 수준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러버스의 지난해 영업 손실 규모가 115억 원에 달하는 등 경영난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도 최근 희망퇴직을 진행해 20명 안팎이 회사를 떠났으며 노사는 임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명시한 노사 합의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잡음뿐만 아니라 일부 카카오 계열사들은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의혹으로 소송전에 휘말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무단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달 중순 출시한 화물 중개 서비스인 ‘카카오T 트럭커’에 대해 화물 중개 플랫폼 ‘화물맨’이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화물맨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파악한 ‘빠른 운임 지급’, ‘맞춤형 오더 기능’ 등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했다. 카카오VX는 골프장 관리 플랫폼 스마트스코어의 아이디어를, 카카오헬스케어는 건강 관리 플랫폼 닥터다이어리와 혈당관리 플랫폼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카카오VX의 경우 법원으로부터 “기술을 베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받았지만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계열사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논란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 업데이트 계획을 다른 이용자에게 빼돌린 직원을 최근 해고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서비스 담당자 재교육과 감시 프로세스 정비를 통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성장을 위해 무리하게 진출했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사업은 정리하고 플랫폼 사업을 한층 고도화하고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보다 집중하는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대하다보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빅테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허진 기자 h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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